실향민마음은 벌써 고향땅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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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막힐듯 풀리다가 풀릴듯 다시 막혀 기대와 실망을 번갈아 안겼던 남북대화가 고향방문단 교환에 끝내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22일 온국민들은 「분단40년만의 작은결실」에 기쁨을 함께하며 이 작은 실마리가 겨레가 하나로 되는 큰 발걸음의 시작이길 바랐다,
특히 북녘에 고향을 두고온 실향민들은 반신반의했던 고향방문의 꿈이 겨레의 명절 추석전에 이루어질 가능성이 큰것으로 전해지자 기대밖의 적은 인원에 아쉬워하면서도 마음은 벌써 두고온 고향땅을 밟는듯 환희속에 벅찬 감회를 나누는 모습들이었다.

<북측, 우리국내문제에 질문집중|판문점 스케치>
◇기자접촉=이날 북한기자들은 우리측보다 좀빠른 상오8시50분쯤 판문점중립국감독위회의실에 도착, 우리측기자들을 만났다.
『날씨가 너무 더워 아침일찍 떠나기로해 빨리 도착했다』고 설명한 한 북측기자는 『태풍「리」가 북한쪽으로 상륙했다는데 피해가 없었느냐』 는 우리측 기자질문에 『개성을 지나오다보니 옥수수등의 작물에 약간의 피해가 있었던것 같더라』고 대답.
○…북측기자들은 국회회담전망등을 비롯, 우리 국내문제에 대해 집중적인 질문. 우리측 기자가 『자유세계국가에서는 불가침선언같은 대외협정은 행정부의 고유권한』이라며 국회회담에서 북측이 제의한 남북불가침선언문제보다는 우리측이 제의한 통일헌법제정기구구성을 논의하는것이 보다 타당하다고 말하자 북측기자는 『주인 (국회회담을 제의한 북측을 지칭하는 듯함) 이 하라는대로 하지않겠다면 파산될수도 있는것이 아니냐』며 은근히 책임을 우리측에 전가하려는 태세.
이에 우리측 기자가 남북한최고당국자회담에서 불가침선언문제를 다루자면서 『주인이 사랑방 (최고당국자회담을 뜻함) 에서 얘기하자는데 손님이 건넌방 (국회회담을 지칭) 에서 이야기하자는 것은 이상한 일 아니냐』고 반박.
◇대표회담=지난달 19일2차실무접촉후 1개월여만에 만난 양측대표들은 이날 상오 10시정각 회의장에 동시입장, 회의에 들어가기 앞서 5분간 환담.
우리측 송영대대표가 북측 박영수대표에게 『1개월만이군요. 반갑습니다』라며 먼저 악수를 청하자 박대표는 『미리 만났어야 하는데…』 라며 손을 맞잡았고 나머지 대표들도 차례로 악수를 교환.
○…더운 날씨탓에 양측대표들은 이마와 콧등에 땀이 맺혔고 화제는 자연스럽게 날씨로 옮겨졌는데 우리측 송대표가 『서울은 요즘도 낮기온이 섭씨 30∼35도의 기온』 이라고 전하자 북측 박대표도 『평양의 경우 어제는 32도까지 올라갔고 오늘도 31도까지 올라갈 것이라는예보가 있었는데 올여름은 예년보다 2∼3도가량 높은것 같다』고 대답.
우리측 송대표는 이어 『우리는 올해 두어차례 태풍이 있었지만 도중에 소멸하거나 빗겨가 큰 피해는 없어 5년째 풍작이 예상된다』고 말하고 『오곡이 무르익는 올가을에는 반드시 이산가족의 소원을 풀어주자』고 제의.
◇북측, 탐색에 열중=북측기자들은 고향방문단 교환문제보다는 27일부터 있을 제9자 평양적십자본회담과 9윌25일로 예정된 남북국회회담에서의 우리측 입장에 대한 탐색에 열중.
한 북측기자는 『우리가 주장하는 자유왕래원칙에 대해 남측에서는 어떻게 나올것같으냐』며 우리측입장에 어떤 변화가 있는가를 집중적으로 질문.
그는 또 『자유왕래란 이산가족이 상대방 적십자측에 자신들의 명단만 제출하고 본인이 직접 자유롭게 고향을 찾아가 흩어진 가족들을 만나보는것』이라는 주장만 되풀이하면서 『남한측이 주장하는대로 적십자사가 통보받은 명단을 가지고 미리 이산가족을 찾은후에 상호방문하면 시간만 걸린다』고 주장.
이에 우리측 기자들이 『만일 고향을 갔을때 찾고자하는 가족들이 이사를 가는등 고향에 없을때는 어떻게 하느냐』고 묻자 『그때는 그쪽 적십자사가 협조해주면 될것』이라고 앞뒤가 안맞는 얘기만 되풀이.
우리측 기자들이 또 『그러면서도 북측이 고향방문단 방문지를 서울과 평양으로 국한하자는 것은 이산가측의 진정한 염원을 꺼버리는 것아니냐』고 묻자 『평양에 와보면 인식이 달라질것』이라고 딴청.
◇회담시작=우리측 송대표가 『오는 27일부터 평양에서 열리는 9차적십자본회담준비로 그쪽은 바쁘겠다』고 북측사정을 묻자 북측 박대표는 『지난 5월말 8차 서울본회담이 열렸을때 국내외에서 모두 기대와 회의로 반신반의하면서 그 결과를 지켜보았으나 이번 평양회담을 앞두고는 모든 사람들이 잘 되겠다는 확신을 갖고 주시하고 있더라』며 아전인수.
○…우리측 송대표는 『2차실무접촉때는 별다른 진전이 없어 많은 이산가족들이 실망했었는데 오늘은 이들의 실망을 희망으로 바꾸어주기위해 노력하자』고 강조하고『판문점으로 오는 도중에 「역사란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이룩하는 것」이라는 옛 성현의 말씀이 기억나 오늘만큼은 새역사를 이룩한다는 신념을 갖고 이를 추진하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피력.
이에대해 북측 박대표는 『역사는 전진하게 마련이니 우려의 접촉도 전진할것』 이라고 대답.
○…이날 양측대표들은 1, 2차접촉때보다 환담시간을 줄이고 곧이어 협의에 들어갔는데 협의직전 우리특 송대표가 『오늘 우리들의 접촉에 대해 내외의 관심이 지대하니 좋은 소식을 알려주기위해 빨리 협의를 진행하자』고 제안했고 북측도 『환담은 아무리 오래해도 끝이 없으니 곧바로 협의에 들어가자』고 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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