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 40년만에 첫 민간인 교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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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분단 40년 만에 처음으로 남북민간인이 고향을 찾기 위해 서울과 평양을 방문하는 극적인 합의가 이루어졌다.
22일 남북적 3차 실무접촉에서 그동안 논란의 초점이었던 고향방문지 문제에 대해 우리측이 북한측의 주장을 대승적으로 수용함으로써 고향방문단 및 예술단의 교환방문문제가 마침내 타결을 보았다.
지난5월말 서울의 남북적 8차 본 회담에서 이 문제가 제기되고 세 차례의 실무대표접촉 끝에 완전 합의에 도달한 것이다.
이로써 일단 분단40년 사에 획기적인 이정표가 될 인적교류의 서막이 구체적으로 오르게 되었다.
직접 고향까지 찾아갈 수 있게 하자고 제의했던 한적 측은 서울 평양으로 고향방문지를 국한시켜야 한다는 북한측의 주장이 나름대로의 이유와 한계가 있음을 감안, 교류의 점진적 확대라는 측면에서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북한측이 대외전시용 도시인 평양을 제외한 지역은 발전상태나 주민생활상태 때문에 이의 노출을 꺼리고 있는 사정을 헤아린 서울 측이 포용력을 발휘한 것이다.
또 우리측은 방문단의 규모도 북한측이 당초 제의와 달리 대폭 축소했지만 이를 수락했다.
북한측이 예술공연 단 인원을 줄여서 제시한 것은 이전의 적극적이던 그들의 태도로 보아 다소 의외로 받아들여지나 이는 남북교류에 대한 북한측의 수용태세에 한계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이해한 것이다.
북한은 남북대화의 「기본적수요」는 갖고 있으나 수용태세가 양·질적인 측면 어느 쪽도 아직 미흡하고 남북교류에서 오는 여러 가지 충격 흡수장치의 가동능력이 충분치 못하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측은 이번 3차 접촉에서 이런 점들을 신중히 분석, 방문단이 고향까지 찾아가도록 하자는 주장을 과감히 양보하고 다소 정체되는 느낌을 주었던 교환방문 문제의 합의점을 마련한 것이다.
다만 한적 측이 이날 회담에서 서울에는 서울출신이, 평양에는 평양출신이 방문토록 하자고 새롭게 제안한 것은 이번에는 방문지를 서울·평양으로 국한시키더라도 장차 다른 지역출신에게 까지 기회를 넓혀보자는 방문사업확대의도로 풀이된다.
한 마디로 이번 합의는 오는 27일부터 예정된 평양의 9차 본 회담에서 남북이산가족문제가 더욱 심도 있게 다뤄질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우리측의 배려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방문방법에 있어서는 시차를 두지 않고 동시 교환키로 합의함으로써 축제의 분위기를 한층 높일 수 있게되었다.
이번의 타결은 규모와 방문지가 당초보다 축소됐지만 남북 상호교류의 최초 실현을 확실히 구체화시켰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는 것이다.
이는 국회회담 등 여타의 남북대화 창구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쳐 이들 회담의 조속한 성과가 이룩될 수 있는 촉진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남북 상호접촉이 지난40년 간 인위적으로 차단돼 이산가족의 고통과 아울러 민족동질성상실 등 분단비극을 겪고있는 남북한에 이의 회복에 증대한 계기를 마련해 줄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남북이산가족의 고향방문문제는 일단 합의를 본만큼 운용의 묘를 기해 최대한의 성과를 올려야하는 과제가 남았다.
서울·평양으로 방문지를 국한하더라도 이 곳에서 다른 지역의 고향사람들을 만나게 함으로써 실향민들의 염원을 다소나마 풀어줘야 한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남북한양측이 적극성을 띠어야만 소기의 성과가 오를 것으로 보인다.
남북한모두 규모와 질의 차이는 있으나 제일조총연계동포들의 모국방문을 주선한 경험이 있으니 만큼 고향방문행사가 크게 생소하지는 않을 것이다.
예술공연 단 문제에서 상호비방내용을 담지 않는다는 원칙이 철저히 지켜진다면 규모축소에 관계없이 최초의 본격적인 문화교류를 시도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니게 되는 것이다.
우리측이 규모축소에 동의를 한 것도 교류기회를 최대한 활용해 남북교류의 질적·양적 축적을 해 나가자는 데 뜻이 있는 것이다.
우리측이 이처럼 북한제의를 대폭 과감히 받아들였기 때문에 부한 측으로서도 대외적인 명분에 밀려 더 이상 외면할 수는 없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아뭏든 남북적십자회담 13년 만에 최초의 교류가 될 고향방문단 및 예술단의 교환방문은 여타 남북대화와 나아가 남북한전체의 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지니고 있다 할 것이다. <박보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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