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 폭발사고 예견된 인재(人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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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도 남양주 폭발사고는 예견된 인재(人災)였다. 작업 후 LP가스·산소통을 옥외저장소에 보관하지 않았고, 사고 당시 안전작업확인서상의 총책임자인 현장소장은 현장을 비운 것으로 드러났다. 가스누출경보기·환기장치 등 역시 설치하지 않았고 안전관리자도 작업현장에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2일 경찰에 따르면 사고 전날인 지난달 31일 근로자들이 작업이 끝난 후 LP가스·산소통을 보관소로 옮기지 않았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위험물인 LP가스·산소통은 사용하지 않을 때에는 옥외저장소에 보관해야 하지만 지키지 않은 것이다.

폭발이 일어난 지하 15m 아래 작업공간에서 LP가스가 정확히 어디서, 어느 정도 누출됐는 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가스 사용량에 대한 기록은 별도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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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사고 당시 안전 총책임자인 현장소장은 자리를 비운 것으로 조사됐다. 서류상 안전점검·안전교육 등을 실시한 것으로 기록돼 있는데 차장이 대신했다. 경찰은 차장의 대리교육이 규정위반에 해당하는 지는 확인중이다. 또 안전점검과 교육이 서류상으로만 이뤄졌는 지도 조사 중이다.

사고가 난 곳에는 가스누출경보기와 환기장치가 없었던 것으로 현장감식에서 확인됐다. 산업안전보건법은 가연성 가스 등에 의한 폭발·화재를 미리 감지할 수 있도록 경보장치 등을 설치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또 가스를 사용하는 작업장은 통풍 또는 환기 등을 해야 한다.

현장 안전점검과 교육 책임자인 포스코건설 안전관리자는 사고현장에 없었다.

남양주 폭발사고 수사본부는 시공사인 포스코건설과 하도급업체인 매일ENC 간 불법 하도급 여부도 수사하고 있다. 14명의 사상자 모두 매일ENC와 계약을 맺은 일용직 근로자 신분인 것으로 드러났다.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은 사고 직후 성명을 내고 “건설현장은 다른 산업현장에 비해 여전히 안전사고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며 “산업안전보건법에서 규정한 명예산업안전감독관의 활동을 보장해줘야 한다. 실제 현장에선 현장 출입조차 어려운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1일 오전 7시 27분쯤 남양주시 진접선 지하철 공사현장내 용단작업 중 발생한 폭발사고로 윤모(61)씨 등 근로자 4명이 숨지고 중국동포 심모(51)씨 등 10명이 다쳤다. 심씨 등 3명은 중상이다.

수사본부 관계자는 안전수칙 준수 여부 등 업무상 과실 여부를 집중적으로 수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남양주=전익진·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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