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40년을 향하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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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40년은 결코 짧은시간은 아니다.
긴 역사의 눈금으로 재면 잠깐일지 모르지만 우리의 광복40년을 돌아보면 왠지 마음이 답답하고 아득한 느낌을 갖게 된다.
남다른 영욕의 교차와 파란의 기복으로 점철된 시간들이 사뭇 오랜 역사의 파노라마라도 보는것 같다.
「해방」 과 「광복」 이라지만 우리가사는 땅은 명암으로 양분되었고, 동포들은 그 사이에 높은 벽을 쌓고 살고 있다.
분단은 분단으로만 그치지 않고 3년여의 전쟁을 치르며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었고, 지금은 비록 총격은 멎었지만 평화는 오지않았다.
대치와 긴장의 상황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그 분단의 논리는 이 순간까지도 우리의 사고와 행동, 판단, 그리고 제도에까지 속속들이 영향을 미치며 한계상황을 만들어 놓고 있다.
우리의 헌정은 엄연히 자유민주주의의 기초위에 세워졌지만, 10년, 20년, 40년이 여일하게 우리의 정국은 아직도 어수선한 가운데 논란과 시비의 대상이 되고 있다.
어느 구석을 보나 광복다운 광복도, 해방다운 해방도 없어보인다.
어딘지 뒤숭숭하고, 어딘지 만족스럽지 못한 40년이었다.
우리나라가 제1차 경제개발5개년계획을 세웠던 1962년만해도 우리의 국민소득은 1인당 고작87달러였다.
무엇을 먹을까를 걱정해야하는 최빈국의 하나였다.
해마다 계속되는 인플레이션은 우리의 정신생활마저 병들게해 사회적 부패와 낭비 좌절감 나태의 온상이 되었다.
전화가 휩쓸고간 잿더미와 허탈감 또한 우리에겐 절망적 상황이었다.
그런 속에서 우리는 살아온것이다.
오늘 광복40주년은 자연의 흐름속에 오가는 시간으로 치부할수도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 시간의 의미를 새김으로써 향후 40년, 제2, 제3의 광복을 생각하는 교훈을 터득해야 할것이다.
이 순간 한낱 감상을 털어버리고 역사의 맥락에서 우리의 좌표를 헤아려보면 우리는 그래도 발전의진운속에 있었다.
지난 40년동안 사회의 모든 제도들은 완만하게나마 개선되어 왔고 경제적 성장·발전 또한 쉬지 않았다.
광복 40년은 우리 국민에게 자신감·자부심을 불어넣어 준것만으로도 값진 시간이었다.
우리는 지난 연대의 명암속에서도 우리 민족이 무한한 잠재력을 발휘해온것을 볼수 있였으며 앞으로도 끊임없이 그것은 위대한 창조력을 발휘할것이라는 확신을 갖게되었다.
우리는 이제 그 잠재력과 창의력과 노력에 의해 우리 스스로가 만든 제2의 광복을 맞아야할 사명을 다짐할 때다.
여기에는 몇가지 조건이 따른다.
첫째는 활기에 넘친 자유민주주의를 성취하는 일이다.
국민소득이 2천달러를 넘어 3천달러를 지향하게 되면 그에 걸맞는 정신적 풍요도 갈구하게 된다.
아니, 자유분방한 사고와 개성의 발양은 선진국으로 가는 길을 더욱 가깝게, 더욱 쉽게열어줄 것이다.
창의력은 그런가운데 만개하게 마련이다.
우리는 이런 과정을 밟지않고는 선진국으로 하루빨리 다가갈수 없다.
둘째는 경제성장의 지속이다.
우리사회는 연평균 7%이상의 경제성장을 이룩하지 않고는 안정도, 발전도 도모할수 없다.
여기엔 국민의 근면과 성실과 화합이 요구된다.
우리의 사회여건과 정치상황은 그런 점에서 깊은 사려가 있어야 할것이다.
세째는 진운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이른바 NICS(신생공업국가군) 권속에서도 괜찮은 형편에 있다.
우리의 눈앞만을 보면 성가시고 답답한 상황에 쫓기고 있는것같지만, 시야를 넓게보면 우리의 경쟁국들은 오히려 더 심각하고 어려운 국면에 있다.
대만이 예외가 아니며, 싱가포르, 홍콩도 마찬가지다.
벌써 이들 나라에선 경제성장의 한계설이 들려오고 있다.
역시 같은 NICS권인 멕시코, 브라질, 아르헨티나같은 나라들은 외채에 짓눌려 국가파산을 걱정해야하는 형편이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경제발전의 경험을 갖고 있고, 국민적 활기와 지적축적이 있고, 자신감 또한 국민적 에너지로 작용할수 있다.
네째는 교육의 혁신이다.
지금과같은 획일주의식 교육, 학력저하의평준화교육, 각자 자기 수준에 맞는 실력향상의 억제, 질아닌 양으로서의 교육으로는 21세기에 도전할수 없다.
선진사회는 대량생산체제의 사회에서 기술집약형 첨단산업의 사회로 변모하고 있다.
여기에 도전하고 적응하는 길은 개성을 발휘하고, 잠재력을 일깨워 무한한 창의력을 개발하는데 있다.
다섯째는 국제감각을 갖는 일이다.
외교적으로는 세계속의 한국을 끊임없이 확인하고 이해와 협력의관계를 유지해야한다.
우리의 국가적 생존에 가장 경계해야할 일은 국제적 고립을 자초하는 일이다.
우리의 정치환경과 경제여건은 잠시도 한눈을 팔 여지도 없이 세계의 진운과 호흡을 함께해야 한다.
끝으로 우리는 우리사회의 활력을 잠재우는 내적인 갈등과 모순을 극복하는 일이다.
여기엔 국가지도자의 확고한 리더십과 도덕적 설득력이 필수적이며, 국민들의 허심탄회한협력과 신뢰도 요구되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민족력량의 결집이 이루어지면 우리는 태평양시대로 불리는 21세기를 지향하는 미래의 국가가 될수 있고, 비로소 참된 광복과 해방을 맞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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