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명 첫 병합심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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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미문화원농성학생사건의 9회공판이 14일 상오10시 서을형사지법합의13부 (재판장 이재훈부장판사)심리로 함운경피고인 (21·서울대물리학과4넌)등 5개대생 20명이 모두 출석한가운데 열려 변호인 반대신문이 계속됐다.
이날 공판으로 사실심리는 모두 끝났으며 다음 공판부터는 증거조사에 들어가기로 했다.
재판장은 개정 후 이례적으로 1회 공판부터 8회 공판까지의 경과를 30여분간 자세히 설명했다.
재판장은 이 자리에서 그동안의 변호인단과 경찰 측에 의한 절차상의, 일부 피고인들의 묵비권행사, 피고인 진술내용 등을 설명했으며 특히 피고인들이 시인한 대목과 부인한 대목을 일일이 지적했다.
재판장은 또 공소사실과 광주사태, 한·미 관계, 의식화교육, 「용공매도」에 대한 피고인들의 비난 등을 상세히 설명했다.
법정에서는 분리심리 때와 달리 피고인들 양옆에 교도관2명씩이 앉았으나 피고인들은 조용한 자세로 재판에 응했다.
상오 10시40분쯤 재판장의 공판조서 요지설명이 끝난 뒤 변호인 측은 ▲첫 공판에서 학생들이 국가보안법 적용으로 순수한 학생운동을 용공으로 매도하고 있다는 내용 ▲법원주변의삼엄한 분위기 ▲「학살」특정인 이름대신 직책을 사용토록 재판장이 제지를 했음에도 이 같은 사실이 조서에 올라있지 않다는 등 6가지가 조서에 누락 및 잘못되어 있다고 이의를제기했다.
재판장은 그러나 변론을 제한할 경우 조서에 올릴 필요가 없는 것이라고 답변하고 일부 이유 있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참고로 하겠다고 말한 뒤 변호인 측에 보충신문을 시작하도록했다.
변호인 보충신문에서 고대 이정훈피그인 (21)등은 『정부와 언론이 왜 학생들을 좌경으로매도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해방이후 정부는 계속 민주화운동을 좌경으로 탄압하는 수법의 정책을 쓰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또 고대 신정훈피고인(20)은 『농성당시 유인물에서 밝힌 목적이외에도 미국의 한국에 대한 수입개방요구와 북괴에 대한 헬기수출문제도 따지러 했었다』고 답변했다.
이정훈피고인은 지난5월24일 농성당시 미대사관 정치담당참사관 「던롭」씨와의 대화과정에서 『「던롭」씨가 광주사태 당시 미군의 이동허가에 따라 출동한 ○○사단은 광주시의외과경비만을 맡았었고 특수부대가 직접 투입돼 진압을 맡았었다고 설명했다』고 진술했다. 피고인들이 농성당시 미대사관측과의 대화내용을 설명하며 「학살」등 용어를 사용하자 경찰측은 10여차례 이의를 제기했으며 재판장도 「광주학살」은 「광주사태」로 정정해 조서에올리겠다고 밝혔다. 이날 변호인단의 박찬종·신기하·장기욱변호사 등 3명의 현직 신민당소속 의원들이 왼쪽 가슴에 빨간 리본을 달고 입정하자 재판장은 『가슴에 단것이 무엇이냐』고 물어 이들은 리본에 쓰인 「학원안정법 철회하라」는 흰 글씨를 보이며 『이 사건과는 직접 관련이 없는 것』이라고 설명해주기도 했다.
재판장은 그러나 법정이니 만큼 하오공판부터는 리본을 떼고 들어오도록 요구했으며 변호인들은 『생각해 보겠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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