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 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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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장 단 집엔 가도, 말(언)단 집엔 가지 말라』 는 속담이 있다.
우리선사들은 장맛을 격조있는 집안의심벌처럼 생각했다.
장(장)의 내력은 길고 길다.
중국 삼국시대 사서인 『위지』동제전고구려조엔 「선장양」이라는말이 있다.
발효솜씨가 좋다는 뜻이다.
고구려 사람들이 장을 얼마나 잘담갔으면 그런 평판이 나 있었을까.
중국 사람들도 아득한 옛날부터 꽤나 장을 즐겨 먹었던것 같다.
『주례』엔 장에 관한 얘기들이 수다스럽게 나온다.
가령 「해」 (해=젓갈해)라는 것이있다.
새고기·짐승고기·물고기 할것 없이 어떤 고기라도 햇볕에 말려서 곱게 가루로 빻아 좋은 술에 담근다.
여기에 좁쌀로 마른 누룩과 소금을 넣어 항아리 속에서 1백일을 묵혀 둔다.
무슨 맛이 날지는 모르지만, 중국사람들은 이것을 즐겨 먹었다.
맛이 삼박한 것으로는 「혜」(혜=신맛혜)라는 것도 있다.
재료가 앞서의 「해」 와 같으나 여기에 실익은 매 (청매) 의 즙을 넣어 새콤하게 했다.
콩간장을 말하는 두장은 후한의 왕충이 지은 『논형』 이란 책에 처음으로 등장하다.
그 정체는 확실치 않다.
그러나 우리나라 고서 『해동역사』(조선왕조 영조) 는 『신당서』를 인용해 메주(피=시)를 소개하고 있다.
발해의 명산물이라는 것이다.
이 메주는 콩을 소금과 짝지어 어두운 곳에서 발효시킨다고 했다.
어쨌든 메주가 발해의 명산물이고, 고구려 사람들이 발효식품을 잘만 들었으며, 그 무렵 고구려 땅엔 콩이 많이 재배되었다는 기록들은 장의 고향이 한반도 쪽인 것을 짐작할수 있게 한다.
『삼국사기』엔 신문왕이 683년 김흠운의 딸을 비로 맞으며 1백35수레의 납채를 보냈다는 기록이있다.
그 가운데 장이 쌀·술·기름·꿀 다음의 자리에 있었다.
명가의 명물중에 장이 얼마나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던 것을 알수있다.
일본 사람들이 「미소」라고 부르는 말장 (말장) 은 739년 정창원문서에 소개되어 있다.
고려장이 일본에 전해지면서 말장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후 간장과 된장이 구별되면서 히시오 (장=간장) 와 미소 (말장=된장) 가 되었다.
오늘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 좋은 누천년 전래의 장은 밀어 놓고 「왜간장」,「왜된장」에 입맛을 다시고 있다.
더구나 아파트생활이 익숙해지면서 그런 시속은 날로 더해가고 있다.
이 틈에 뚱딴지 같게 염산을 섞어 만든 화학 간장이 유명 메이커들에 의해 제조되어 예조간장으로 팔렸다니 기가막힐 일이다.
업자도업자지만 그런 것을 나 몰라라 하는 감독관청이 더 괘씸하다.
정말 입맛 없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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