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가 말하는 나의인생 나의건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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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아침6시, 뚝섬경마장옆 승마훈련원. 제헌의원이자 5, 6대의원을지낸 우경 이정내옹(86)이 버스를 두번이나 갈아타고 와서 애마 삼학마군과 만나는 시간이다.
『한 오십여년 되았지, 말타기시작한 지가 내 비록 할미꽃맹이루(처럼)몸은 꼬부라졌어도 이놈만 타면 힘이 펄펄 솟는다네』
투박한 남도사투리속에서 문득 이옹의 청년시절을 읽는듯하다.
승마 그자체도 건강유지에 도움이 되지만 이제 막 말타기를 배우기시작한 어린학생들과 함께 어울리다보면 살아온 세월몇십년쯤은 말이 비월하듯 훌쩍 뛰어넘을수 있다는 것.
일본경도제대경제학부를 나와 고향인 전남옹성에서 농사를짓던 28세때부터 말과 친해졌다는 이옹은 요즈음도 승마훈련원이 쉬는 화요일과 비오는날만 빼고는 매일 아침 30분정도 승마를 한다.
『역시 예전같지 안해, 몸뗑이가 아무래도 굳지 않았겠는가』
그러면서도 승마를 계속하는것은 승마를 끝내고 귀가해서 토스트·우유·야채로 차린 아침을 들고 제헌동지회등에 나가 일보고, 10시취침·4시 기상하는 생활리듬을 깨지않기 위해서라고 한다.
『노인네들 병들어 골골허믄 본인도 자식도 못할 노릇 아니겄소』
건강하게 살다가 자는둣 눈감기위해서라도 규칙적인 생활을 계속해야겠다는것이 우경의지론이다.
고조병옥박사를 도와 한민당을 창당하고 5, 6대시절에도 야당의원으로 일관하면서 정론파 정치인으로 지칭됐던 우경에게 제헌주간을 맞는 소감을 물었다.
『물론 마땅찮아서 고쳤것지만 여덟번씩이나 뒤집어 누더기꼴이된 헌법을 보면 부아도 나고…』
법이란 지키려고 만든 것이지 뜯어고치려고 만든것이 아니지않느냐고 반문한다.
그래서 17일 34명밖에 남지않은 제현의원들과 만나서도 어쩐지 비감한 생각이 자꾸 들더란다.
『아마도 세태가 그런가벼. 요즘 사람들좀 봐. 모두들 떼어놓고보면 똑독허기는 무척 똑똑허지. 근데 생각이 깊질 못혀』 특히 젊은이들의 끈기와 정신력이 점점 약해지는 것 같아 큰걱정이라고 한다.
『영양이 모도 좋아서 체격들은 크지. 허지만 강단이 없으면 무신소용이야. 지구력과 독립심을 키우는게 급선무지』
4남1녀를 모두 분가시키고 갈현동집에서 부인 박현숙여사(76)와 단촐한 살림을 꾸려가고 있는 이옹에게 왜 매일 그긴거리를 버스를타고 다니느냐고 물었더니 『아 버스 한시간씩 타는것도 자동적인 운동아녀. 세상풍물도 쉽게 접할수있어서 좋구』라며 껄껄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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