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100만원짜리 「옥상옥」|정부투자기관 이사장제 중간점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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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한국특유의 정부투자기관이사회제도가 실시된지 1년여가 지났다. 이제도의 도입당시 위인설관이니 옥상옥이니 하는 비판도 많았었다.
신병현부총리겸 경제기획원장관은 최근 정부투자기관사장회의를 열고 책임경영체제강화를 강조한바있다. 정부투자기관들의 이사장들이 「기관」의 경영에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 중간점검을 해본다.
○…이사장·사장·소관부처국장등 4명의 당연직 이사를 포함해 보통 6∼7명으로 구성된 이사회는 분기별 정기이사회를 포함해 월 1회정도 열린다.
처음 얼마간은 이사회의 역할이 모호해 갈피를 잡지 못했으나 대체로 직접적인 경영간섭은 삼가는 범위안에서 예산·조직·인원·경영목표등에 관한 안건을 고정 일거리로 삼아 놓고 있다.
이사회진행은 보통 3일전에 전달되는 자료보고가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때로는 대학교수자격으로 참석한 민간인이사들이 정부당국의 지나친 간섭이나 잘못된 경영전략등을 맹렬히 비판하기도 한다고.
이사회출범에 가장 애를 먹었던 케이스는 KBS(한국방송공사). 새로 만들어진 정부투자기본법에 따라 KBS측은 이사회를 열어 인사·직제·예산등에 있어 주무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되어있던 기존 정관사항을 삭제시켰으나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이진희문공장관이 재직 때 별도의 통첩을 통해 인사·직제·예산에 대해서는 계속 주무장관승인을 받도록 해왔다.
그러던것이 금년 3월 KBS사장이던 이원홍씨가 새 문공장관이 되면서 신병현부총리가 신임 이장관에게 전화를걸어 문제의 통첩을 없애도록 요청하여 일단락 됐다.
어쨌든 전반적인 이사회운영은 자율경영을 뒷받침한다는 당초 취지에 못미친채 아직도 관주도적인 분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이사수가 8명으로 가장 많은 한전의 경우 대부분의 이사가 산하기관장이어서 구조적으로 하고싶은 말을 할수 없게 되어 있다는것.
○…가장 관심거리는 퇴역거물급들이 대부분인 이사장들의 동정이다. 원칙적으로는 비상근으로 되어있으나 다른직장을 겸하고 있는경우를 제외하고는 이사회가 없는 날에도 자주 출근한다. 이사회를 주재하는 일 이외에 간혹 주요업무의 브리핑을 받기도 하며 해당기관에서 제공해주는 사무실을 연락처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모기관의 경우 이사장의 역할을 잘 못알고 직접 경영간섭을 하려다 집행부와 마찰을 빚어 결국 밀려난 일도 있다. 특히 사장과 이사장이 군 선후배사이로 개인적으로도 불편한 관계였다는것.
도로공사의 김원기전부총리와 농업진흥공사의 장덕진 전농수산부 장관은 해당기관의 대정부관계를 비롯해 대외섭외창구로서 상당한 기여를 하고있다고.
주택공사의 이희성전교통부장관과 토개공의 소준열씨 (전 군사령관)등은 군관계 지명을 통해 업무추진에 도움을 주고있는 케이스.
국민은행의 장예준 전상공부장관은 주1회씩 은행에 출근, 임원들과 업무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눈다. 은행이사장자격으로 최근 두차례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산업은행의 정치근 전법무장관도 최근 런던서 열렸던 「유럽의 새로운 기채방식」세미나에 참석했었다.
사장자리를 내놓고 이사장으로 물러않은 대한석탄공사의 고광도씨는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이사장으로서의 권한행사를 최소화시키려고 노력하는 케이스. 주택은행의 조진희이사장은 분기별로 열리는 정기 이사회에만 참석할뿐 일체 모습을 나타내지 않는다.
광업진흥공사의 조문환이사장은 김복동사장으로부터 깍듯이 군선배대접을 받으며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사회일 이외에는 일체 간여치 않는다.
종합화학의 이종원(전 법무장관) 이사장은 이사회에만 참석, 그나마 서면결의를 자주활용해 이사회운영을 가장 단출하게 하는 편.
그동안 초대이사장이 바뀐곳은 4개기관. 김윤호석탄공사이사장이 가스공사로 옮겨감에 따라 그자리에는 고광도씨가 사장에서 바꿔 앉았고 국회로 진출한 나웅배중소기업은행후임에 황병준씨가 취임했다. 노동부차관이된 한진희 근로복지공사 이사장후임은 아직 공석.
○…이사장의 대우는 공통적으로 월 1백만원. 사무실과 여비서·자동차·운전기사가 따른다.
차종은 사장과 같은급으로 로얄살롱. 대부분이 전용차로 사용하고있고 겸직을 하고있는 무역진흥공사의 이선기씨 (무협부회장)를 비롯해 도로공사의 김원기씨 (쌍용고문), 농진공의 장덕진씨(한국사회발전연구소장)등은 별도의 차량지원을 사양하고 있다.
여비서도 사양하고 있는경우는 종합화학의 이종원씨, 무공의 이선기씨, 산개공의 이희근씨, 주택은행의 조진희씨, 농진공의 장덕진씨 등.
비상근이사들에 대한 대우는 기관마다 5만∼10만원씩을 월정액으로 지급하거나 회의참석 시에 지급하지만 정부측에서 참가하는 당연직이사는 그렇지 않다.<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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