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현상 여러측면서 보고 의미 파악해야|단락구분·띄어쓰기주의, 매끄럽게 쓰도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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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이번 응모작품의 일반적인 경향은 외국어학습의 필요성과 의의를 한결같이 「국제경쟁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라고 기술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보상은 그렇다고 하더라도 꿈많은 청소년답게 협력과 공존의 국제관계로 보면서 에스페란토어의 창시자인 「자멘호프」의 예화라도 나왔으면 하는게 출제자의 바람이었다.
또 한가지 학생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은 사물과 현상을 단세포적으로 보지 말고 여러측면을 다각적으로 보고 그 의미를 파악해 달라는 것이다.
가령 외국어학습의 의미를 논할 때도 그것을 외국어에만 한정시키지 말고 대립관계에 있는 우리말의 학습과 결부시켜 보라는 뜻이다.
구문이나 생리가 다른 외국어를 배움으로써 국어의 특질을 더 잘 알게 된다거나,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을 외국어로도 표현해 봄으로써 평소 아무렇게나 사용하던 우리말을 좀더 정확하고 아름답게 사용할 수도 있지 않겠는가. 나아가서 우리말을 더 아끼고 사랑하며 우리 문화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도 생길수 있다는 방향으로 논지를 펼 수도 있었을 것이다.
유재희군의 글은 외국어학습의 필요성을 서두에 단적으로 「우물안 개구리 신세를 면하려면…」이라 하여 읽는이에게 강한 인상을 주는데는 성공했으나 그 이후부분은 진부한 상식론으로 일관하여 참신한 글이 되지 못했다. 단락 구분은 잘 된 편이나 띄어쓰기에 좀더 주의해야겠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문치웅군의 글은 교맥이 매끄럽지 못하고 단락 구분도 전혀 안돼있으나 매력적인 표현이 더러 눈에 띄었다.
서두에 인류의 언어가 3천종에 이른다는 것을 상기시킨 것은 읽는이에게 신선한 느낌과 함께 글을 읽어 보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킬만한 좋은 표현이었다. 「인간은」은「인류는」으로 고치는게 좋겠다. 또 후반부에서 오늘날의 우리는 이미 구한말의 쇄국정치 속에서 살고 있지 않다고 한 비유도 참신한 표현이다.
그러나 (나) 「영어나 일어를 3남지방의 사투리보다 더 친근하게 느끼게 되었다」는 표현은 너무 지나치다.
더구나 (나)는 (가)와 그 의미가 잘 연결되지도 않는다. (다)는 「이룩되고」로, (라)이하는 미개인의 언어는 굳이 배울필요가 없다는 투의 앞 부분과 모순된다. 또 모든 아프리카 사람들이 사막지대에서만 사는 것은 아니므로 (마)도 기술상 무리가 있다. (바)는 앞 부분과 뜻이 전혀 통하지 않는 군더더기로 차라리 없는것보다 못하다. 김은전<서울대사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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