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민당 전당대회 스케치|비주류 퇴장 않고 투표만 거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신민당 양파는 1일의 부총재투표 결과를 둘러싼 「위약」시비를 2일 아침까지도 해결 못한 채 전당대회장에서 다시 대립.
부총재 후보를 사퇴키로 결의한 비주류측은 투표에 참석하느냐, 퇴장하느냐의 여부를 놓고 다시 별도 모임을 갖고 숙의한 끝에 『투표거부방식을 채택』키로 결정.
이에 따라 비주류 각 계파 참모들은 즉각 자파 조직요원들을 긴급 소집, 대의원들에게 퇴장은 말되 투표에서는 불참하라고 사발통문.
한편 비주류측의 결정사항에 대해 주류측은 당초 회의를 진행하고 득표 결과는 대의원들의 뜻에 맡기자는 방침을 강행할 것 인지의 여부를 놓고 삼삼오오모여 논의.
투표를 할 경우 상도동측은 「현재 부총재를 내고있는 계파에서 부총재를 낸다」는 당초의 합의원칙을 준수키로 하고 자파 대의원들에게 노승환·금수한 의원 등 현 부총재를 쓰도록 긴급지시.
조직요원들은 대의원에게 『상황이 매우 어려우니 개인적인 호·부호를 떠나 반드시 지시에 따르라』고 다짐.
주류측의 이 같은 지시는 이기택씨의 지원을 받고 있는 유한열 의원을 겨냥한 것인데 대의원들의 유씨 지지가 만만치 않아 퍽 유동적.
대회에서 비주류측의 한건수씨는 자파 부총재후보 3명의 사퇴배경을 설명하고 사퇴서를 낭독.
이어 주류측의 김현규 의원이 나서 『전당대회의 이러한 추태를 국민은 어떻게 생각하겠는가』라며 원만한 회의진행을 강조하자 『옳소』 『시끄럽다』는 엇갈린 고함이 터지는가 한편 한쪽에서 박수, 다른 쪽에선 야유를 보내는 등 험악한 분위기.
김현규 의원의 발언에 이어 이민우 총재는 대의원들의 의사를 물어본 후 자신의 의중을 밝히겠다고 했는데 그러자 인천출신 대의원 이병현씨가 나와 『당내 민주주의를 위해 총재선거에 승복했다면 부총재 선출에도 승복한다는 뜻이 아니냐』고 하자 비주류측 청년대의원들이 단상으로 뛰어올라 소란.
이 대의원이 말을 다 못한 채 내려가자 이번엔 비주류측의 임광순 대의원이 올라가 주류측을 공격.
○…대의원들의 잇단 의사진행발언이 계속되는 동안 이민우 총재와 김동영·조연하씨 등 민추측은 긴급 구수회의를 열어 부총재 선출방식과 비민추측에 대한 선무대책을 논의.
민추측은 이번 대회에서 나머지 2석의 부총재가 김재광씨와 이철승계에 1석씩 배정되지 않으면 당의 운영에 어려움이 많을 뿐 아리라 주류측이 당직을 독식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고 판단, 가급적 투표 없이 이 총재와 김재광계, 송원영 전당대회의장 등에게 부총재선출을 위임하자는 안을 마련.
주류측은 이 방안을 갖고 비주류측과 막후 절충에 들어갔으나 비주류측이 이에 반대할 뿐 아니라 오히려 대의원들에 의한 투표를 요구해 결국 철회하고 투표키로 결정.
비주류측은 주류측 방안을 놓고 구수회의를 거듭했으나 의견이 엇갈렸는데 이철승·신도환씨는 일단 검토해본다는 입장이었으나 김재광씨가 『모든 것은 대의원 의사에 맡겨야 한다』고 완강히 거부하면서 이 총재의 수습방안제시조차 봉쇄.
○…비주류측 대의원들은 투표불참방침에 따라 좌석에 그대로 앉아 투표에 참가하지 않았으나 대의원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조직요원들을 대회장 곳곳에 배치해 투표에 참여하려는 자파 대의원을 억지로 끌어 앉히는 모습도 연출.
그러나 주류쪽 대의원들에 의해 표면적으론 투표가 순조롭게 진행.
한때 2층 좌석에선 투표불참을 단속하는 비주류측 조직원과 주류측 대의원간에 욕설이 오가는 등 시비가 일기도 했다.
비주류측은 감표·개표위원도 고사.
비주류 각 계파간에는 한때 『김재광계가 투표에 참여한다더라』는 소문이 나돌아 이철승·김재광 의원간에 『어떻게 된 것이냐』 『그럴 리가 없다』는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으나 곧 주류측의 매터도로 풀이하고 불참단속을 철저히 하기로 화해.
부총재후보를 사퇴한 김옥선 의원은 신상발언을 통해 『당선자 4명에게 진심으로 축하한다』 『발언권 행사기회가 오면 하겠다』는 등 사퇴철회인지 계속 사퇴인지 다소 아리송한 태도.
○…이철승·김재광·신도환씨 등 비주류수뇌부는 2일 아침 S호텔에서 부총재선거에의 참여여부를 놓고 1시간 여에 걸친 협의를 통해 김수한·노승환·김옥선씨 등 3명의 후보가 후보사퇴에 합의한다는 문서에 서명.
이들은 「비주류지명 3부총재 후보 사퇴」라는 성명을 통해 『주류측은 부총재선출문제에서 비주류와의 엄숙한 약속을 무시한 채 자파 4인을 부총재로 뽑고 말았다』며 주류측의 신의 없음을 맹공.
이들은 또『우리는 불길 같은 눈으로 당이 주류에 의해 운영되는 과정을 지켜볼 것이며 애당과 뜨거운 가슴으로 국민 앞에 죄인이 되지 않도록 술수가 아닌 정도를, 거짓이 아닌 믿음을, 허상이 아닌 진실을 주류측이 보여주기를 권유한다』고 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