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정국 중앙 돌파 위한 포진|대야 관계에서 "강풍"일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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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격랑이 예상되는 가을정국을 앞두고 1일 단행된 민정당의 요직개편은 대야 관계보다는 정부·여당의 「팀웍정비」에 보다 비중이 주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학원사태 수습을 둘러싼 최근의 정부·여당간 협의 과정에서 노출됐던 여권 내부의 불협화음을 감안할 때 민정당의 요직개편은 이미 예견돼왔던 일이다.
특히 31일 P호텔에서 열렸던 민정당 당직자 회의에서 최종적으로 노태우 대표위원·이한동 사무총장·이종찬 원내총무가 고위층을 면담하려던 계획이 갑자기 노대표만의 단독면담으로 일정이 바뀌면서 총장·총무의 경질설이 퍼지기 시작했다.
이번 개편의 직접적인 원인이 학원안정법 제정을 둘러싼 당정간의 이견이란 해석이 유력하지만 지난 2월 노대표위원의 등장때부터 거론돼오던 개편설이 어느 의미에서는 그동안 「유보」돼 왔던것으로 예정됐던 행사가 몇개월 앞당겨진 것에 불과하다는 관측도 없지 않다.
개편 시기가 때마침 열리는 신민당의 전당대회와 일치해 새로운 정국전개에 맞춰 능동적으로 대처해 나간다는 뜻으로 풀이될 수도 있으나, 신임 정순덕사무총장이나 이세기 원내총무가 대야관계를 감안한 인선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풍기지 않고 있다는 것이 민정당 주변의 해석이다.
정순덕 사무총장의 등장은 그가 청와대 정무 제1수석 비서관으로 오랫동안 전두환 대통령을 직접 보필했었다는 점에서 당 총재의 구상을 앞으로 당 운영에 그대로 반영할 것으로 보여 친정체제 강화라는 성격이 강하다.
이세기 원내총무는 지난 2·12총선에서 서울에서는 이종찬전임총무와 함께 단두명의 금메달 획득자라는 점과 원만한 대인관계를 고려한 발탁이라는 해석이 많다.
앞으로 대야 관계에서 순수민간인 출신이라는 점이 강점이 될수 있는 것이라는 해석과 함께 다만 당 내외비중으로 보아 총무직의 실세화에 다소 미흡하다는 해석도 없지 않은것 같다.
비교적 「비둘기」파라는 평을 듣던 이 총무의 퇴진과, 이미 단행된 법무장관과 서울대 총장 경질등으로 미루어보아 정부 여당의 앞으로의 정국대처가 계속 「강경」쪽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으며, 학원문제·노사문제 등 사회적 갈등과 혼란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집권당의 쿠션역할이 약화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야당가에서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집권층 내부로부터 불어오는 「강풍」을 여당이 어느 정도 중화시켜야 할텐데 새팀의 성격이나 현재의 분위기로 보아 그 가능성은 매우 적다고 보는 견해가 많다.
신임 정총장이나 이총무의 대외적인 이미지가 결코 「강경 인물」로 부각되지는 않지만 현 시국의 강경 대처에 덜 적극적이었던 전임자들의 퇴진으로 정부·여당의 정국 운영방향은 결국 강경쪽으로 갈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제정여부를 놓고 논란이 돼왔던 학원안정법 등이 새로운 당직자를 중심으로 전보다 적극적으로 추진될 것이 아닌가 추측된다. <김현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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