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을 잊은채 삼복과 싸운다|비지땀의 현장…각 대학연구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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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불볕더위에도 대학의 연구실과 실험실은 휴식이 없다. 서울대핵공학과 연구실-.
실험실의 수은주 눈금은 섭씨36도. 실험때문에 곤로나 고온용 집기를 쓰는 연구실은 외기보다 2∼3도나 높다. 『방학이 끝날때까지 이 플래즈마 계측장치의 몸체를 완성시킬 예정입니다.』 섭씨 1천6백도의 고열을 내는 아르곤 용접기로 철판을 녹이고있는 박철웅군(23·서울대핵공학과 대학원1년)은 여름이 켤코 덥지 않다는 표정이다.
금년말을 목표로 첨단장치인 입자가속기와 핵융합장치를 만들고 있는 원자핵공학팀에 여름방학은 작업진도를 올리는 절호의 기회.
높이11m, 중량6t인 입자가속기는 중수소의 원자핵이나 수소를 가속시켜 핵융합을 일으키거나 미량성분을 분석하는 장치다. 『이같은 가속기는 국내서 처음이라 쇠를 깎고 용접하는것을 직접 해야하지요. 작업실이 바로 철공소입니다.』
정재욱군(23·석사과정1)은 『맡은 부분을 10월까지 완성해야하기 때문에 아침9시부터 늦으면 밤10시까지 공장노무자처럼 일한다』며 웃는다. 『용접할 때는 꼭 한여름에 화로를 끼고 앉아있는 기분입니다. 일을 끝내고 샤워할 때가 제일 기분 좋지요.』검게 그을린 박군의 팔뚝에는 7월15일 달궈진 쇠에 데었다는 흉터가 유난히 눈에 띄었다.
지난27일 한양대 공업화학과 인공피부연구실. 상오11시15분 실험실의 온도계는 섭씨 34도률 가리키고 있었다.
대학생과 대학원생 7명이 각자 맡은 부분의 실험에 몰두하고 있다. 『방학을 이용해 선배들과함께 화학실험의 여러가지 테크닉을 익히고 있읍니다.』아직 바캉스를 가지 못했다는 김진홍군(22·공업화학과 4년)은 대학원진학의 꿈을 안고 한증막같은 실험실에서 하루를 보낸다. 『맨틀 (가열증류기)앞에서 몇시간씩 앉아있을때는 정말 덥습니다. 그러나 제가 하는 일이 인공피부에 쓰는 합성단백질을 만드는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쉴 틈이 없지요.』
김선정군 (24·대학원1년)은 여름에는 습기가 높아 실험이 제대로 안된다며 건조한 방이 아쉽다고 말한다.
인공피부는 2도이하의 화상을 입었을 경우 피부에 부착해 세균감염을 막고 수분을 유지시켜주는 의료용 화학물질. 아직 국내에서는 생산을 못하고 있다.
연구팀은 올 가을에 동물실험에 들어갈 계획으로 실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실험을 이끌고 있는 김계용교수는 『밤을 새워 용액과 씨름하는 학생들에게 에어컨하나 달아주지 못하는게 안타깝습니다. 우리나라의 연구여건이 아직 어렵다는 것을 받아들여야지요』라고 했다.
항공대학 (경기도고양군신도읍) 항공기제작연구회에도 여름방학은 없다. 『컴퓨터 해석이 잘못 나온것 같습니다.』 『다시 한번 시도해 보지.』
이 연구회 회원들은 제도실에 나와 비행기 제작설계에 대한 검토가 한창이다.
회원들이 만들고 있는 것은 2인승 초소형 경비행기. 20여명의 대학생들이 여기에 참여하고 있다. 『예정보다 늦었습니다. 8월말까지 설계를 끝내야 하는데…』
서클장인 김원중군 (22·항공기계과4년)은 방학을 반납한 셈이라며 하급생들과 함께 땀을 흘리고 있다. 충남서산이 고향이라는 김군은 방학중에도 고향집에 가지 못했다.
컴퓨터해석을 맡고있는 권영옥군 (22·항공기계과3년)은 『직접 짜본 컴퓨터 프로그램의 결과가 제대로 안나와 골치아프다. 올해 놀러가기도 틀린것 같다』며 『비행장 활주로에서 부는 시원한 바람이 바로 피서가 아니냐』고 반문했다.
금년9월 모형항공기대회의 우승을 목표로 모형항공기를 제작중인 정활규군 (23·항곡기계과3년)도 『모형비행기를 만들어보면서 교과서에서 배운 이론을 실제에 응용해 항공기의 특성을 더 잘 이해하게됐다』며 이번방학을 의의있는 실습기회로 삼겠다고 말했다. <장재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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