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역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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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우리 나라 대기업의 중역 중 58%가 뭔가 병을 갖고 있다는 조사가 있었다 (어제 중앙일보 12면). 특히 간·위궤양·두통·만성피로에 시달리는 사람이 많았다. 주요 원인은 스트레스다.
우리 나라 얘기만은 아니다. 지난달 미국경제잡지 포천엔 미국의 상당수 경영자들이 스트레스를 벗어나기 위해 약물을 복용한다는 기사가 실렸었다. 코카인이나 헤로인을 말한다.
오늘을 살고 있는 사람들에겐 스트레스가 운명적인 「병」인 것도 같다. 심산유곡에서 새소리나 듣고 살면 모를까, 그렇지 않고는 피할 수 없다.
바로 그런 병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의사들의 조언은 외국에선 예외 없이 베스트 셀러가 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1977년 영국의「도널드·노포크」저『이그제큐티브 스트레스』(관리직의 스트레스) 라는 책은 신선한 충고를 담은 저술로 화제가 되었다. 「생존전략」이라는 부제가 어필했는지도 모른다. 그의 스트레스 컨트롤법 가운데 몇 가지를 소개하면-.
첫째, 환경개선법. 이것을 위해서는 먼저 소음에서 벗어나야 한다. 「정신근로자의 경우 적당한 실내온도 속에서 일하는 것도 중요하다. 섭씨 20∼21도 사이. 「노포크」는 이런 온도의 연안해제국, 이를테면 메소포타미아·이집트 등이 인류문명의 발상지였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실내장식도 환경개선의 중요 요인으로 작용한다. 특히 이상적인 환경색깔로는 미묘한 색의 조화를 얘기했다.
둘째, 잠깐 휴식법. 꽃을 보거나 버드 워칭 (야조 관찰)을 하는 일. 영국 데번주의회는 회의 중에 시를 낭송하는 일을 관례로 삼고 있다. 「처칠」 이나 「에디슨」은 낮잠 자는 일로 스트레스를 풀었다. 휴가도 신진대사가 활발한 여름철보다 피로하기 쉬운 가을이나 봄이 좋다는 얘기.
셋째, 기분 전환법. 약간의 술을 마시거나, 때로는 명상을 할 것. 아니면 자기 나름으로 릴랙스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둘 것.
넷째, 넋두리법. 외국에는 넋두리를 받아주는 전화도 있다. 블루칼러들이 스트레스를 덜 받는 이유는 험담을 마음대로 늘어놓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영국의 유명 정신과의 「R·트레콜·드」 박사는 직장마다 펀칭 볼을 매단 폭력실을 만들어 놓는 아이디어도 제안하고 있다.
다섯째, 대자연법. 마음은 언제나 건전하게, 때로는 시간의 속박에서 벗어나 마음을 활짝 열고 대자연의 변화를 지켜보기도 한다. 영원한 시간 속에 자기를 던져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98세까지 산 「버트런드·러셀」 같은 철학자는 폭포를 몇 시간씩이나 바라보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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