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선)월드컵팀"바늘과 실"…31살동갑 링커콤비 "본선진출에 축구인생걸겠다"(조광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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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지금은 기뻐할 때가 아니다. 과거 여러차례 우리는 마지막 관문에서 좌초하지 않았던가. 멕시코행의 뜻을 이룰 때까지 잠시도 긴장을 풀어서는 안된다』
인도네시아와의 첫판을 승리로 이끈 이튿날 대표팀의 두노장, 링커 박창선(박창선)과 조광래(조광래)는 마주앉아 이렇게 다짐했다. 전국을 흥분시킨 감격의 일파(일파)가 지나고 난 뒤 이들은 오히려 냉정을 되찾고 후배들에 대한 채찍을 늦추지 않는다.
『이번 인도네시아와의 서울경기는 값진 교훈을 남겨 주었습니다. 상대를 얕보다가 자칫 대세를 그르칠 뻔했으니까요.』
인도네시아가 밀집방어로 일관할 것으로 지레판단, 줄곧 밀어 붙인다는 게 오히려 수비의 허를 찔려 화를 불러들일 뻔했다는 얘기다.
이들은 『그럴수록 공격템포의 완급을 조절해야 하는건데 그렇게 못했다』면서 이점에서 책임을 느낀다고 스스로 책망하기도 했다.
현 월드컵팀의 강점은 노장·신예의 조화를 이룬 팀웍. 그 주역이 바로 이들 두 링커다. 이들의 성실한 어시스트가 없었다면 조민국(조민국)이나 김주성(김주성)과 같은 스타가 탄생할수 없었다.
팀리더인인 박과 플레이메이커인 조는 한솥밥을 먹고 자라온 31살의 동갑나기. 학교는 다르지만 포철→충의를 거쳐 현재 대우의 기둥을 맡고있고 체격도 비슷하다. 대표선수 경력은 조가 10년, 박이 9년째. 마치 쌍동이형제처럼 이제는 얼굴표정만 보아도 서로의 마음을 읽을수 있을 정도의 「바늘과 실」 사이가 됐다.
이들의 우정은 대표팀팀웍의 밑거름. 김정남(김정남)감독이 지휘봉을 잡으면서 나란히 대표팀에 복귀, 팀의 분위기를 바꾸어 놓았고 공수조화의 안정을 이룬 것이다.
박의 특기는 순발력, 조는 패스웍. 이들의 진가는 지난 5월 대통령배국제축구대회에서 유감없이 발휘됐다. 이 콤비링커의 공헌으로 윌드컵팀은 브라질·이라크등 강호들을 제치고 3년만에 패권을 되찾을수 있었다.
흔히 골게터가 최고의 인기를 모으지만 이들은 좀처럼 불만을 할 줄 모른다.
『중요한 건 자신보다 팀을 앞세우는 공동체 의식이지요. 축구가 단체경기인 만큼 이러한 자기 희생정신이 중요한 것입니다』
일부선수의 스타의식을 크게 나무라는 이들은 인도네시아전에서 무려 28개의 무모한 슈팅을 난사한것도 이 때문이라고 지적하면서 다시는 지나친 골집착으로 게임을 망쳐버리는 우(우)를 범해서는 안될것이라고 경고한다.
의기가 투합된 이들은 『국가에 대한 마지막 봉사임을 자각해 축구인생의 모든것을 걸자. 월드컵본선의 꿈을 이루고 난 뒤 떳떳이 물러나자』고 굳게 약속했다. 이제 그 약속이 하나하나 이루어져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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