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급한 외화지출의 억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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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올해 상반기의 국제수지동향에서 드러난 새로운 문제점은 무역외수지에서조차 적자규모가 급속히 늘어난 점이다. 때문에 이부문의 수지개선대책도 무역수지 못지 않게 매우 긴요하다.
무역외수지는 구조적으로 볼 때 완전한 흑자기조의 정책이 상대적으로 더 어렵다. 무엇보다도 외채의 누적에 따른 이자지급의 부담이 당분간은 늘어날 추세에 있는 데다 여행· 보험· 운수 등 이른바 서비스교역에서도 구조적인 적자요인이 잠재되어 있다.
지난 70년대에 이 문제가 크게 부각되지 않은 것은 해외건설수입의 규모가 커 다른 무역외수지 적자를 상당부분 보전했기 때문이었다.
그리나 지금은 이 완충요인이 급속도로 줄어들어 새로운 문제로 부각된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의 국제수지관리는 무역수지 못지 않게 무역외수지에도 주목하지 않을수 없게 되었다. 올해 상반기의 무역외수지적자는 6억4천만달러에 달해 지난해 상반기의3억8천7백만 달러에 비해 80% 가까이 늘어났다. 뿐만 아니라 상반기의 무역적자규모 5억8천만달러 보다 더 많다.
올해 국제수지계획에서의 총 적자규모가 6억달러인 점에 비추어 이 같은 무역외적자는 우려할만한 수준을 넘고있다.
수출증대와 수입억제에만 매달리지 말고 불요불급한 무역외 지출을 줄이는 일에도 관심을 쏟을 때다.
무역외수지는 항목별로 볼 때 무역에 비해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기 때문에 그 중요성이 과소평가 되기 쉽다. 그러나 수입의 주 원천이던 해외건설수입이 크게 줄고있고 외국인투자수익지급이 빠른 속도로 늘고있는 구조적 변화를 고려하면 항목별 관리는 더 강화되지않으면 안될 싯점이다.
근원적으로는 주요 지급항목인 외채이자지급이나 투자과실송금 등은 장기적인 국제수지 균형화와 외상절감을 통해 구조적으로 완화시킬 문제들이다. 그러나 해외여행·외국인초청등 이른바 문화행사나 종교· 체육행사를 위한 외화지출은 지금도 얼마든지 더 절약할 여지가 남아있다.
특히 해외여행 자유화이후 각종명목의 시찰 방문 또는 초청여행이 늘어나면서 관광성격의 외화지출도 함께 늘어나는 추세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종교· 문화행사 등 방문 시찰목적의 해외여행자는 지난 79년 연간2만5천명 선에 비해 지난해는 5만명 선에 이르러 있고, 그로 인한 경비지출만도 지난해는 5억7천만 달러, 올해 5월까지는 2억4천만 달러나 지출됐다.
문제는 해외여행 자유화조치에도 선후와 완급의 분별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관광만을 위한 관광여행은 기술연수나 그 밖의 다른 생산적 목적의 여행보다 우선돼서는 곤란하다. 우리의 경제단계가 아직 그처럼 선진국형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여기 중언부언할 필요도 없다.
최근에는 성지순례라는 명목의 여행까지 급속히 확산되고있어 외화사정을 더욱 압박하고 있다.
이 같은 불요불급한 여행과 외화지출은 경제성장이 더 되고 외화사정이 나아질 때까지 유보돼야 하며 보다 생산적인 연수와 기술훈련 등 학습에 우선해 재원을 집중해야할 때다.
불필요한 체육인· 연예인 초청이나 행사를 위한 외자지급도 더욱 더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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