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혜성·이성우교수가 말하는 삼복시식|삼계탕·영계백숙으로 더위를 이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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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20일은 초복. 예부터 초복·중복·말복의 삼복은 연중 가장 더위가 심한 때. 이열치열로 더위를 달래던 우리 조상들의 삼복시식을 황혜성교수 (성균관대), 이성우교수(한양대)의 도움말로 알아봤다.
복날 먹는 음식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구장 (개장국) . 『동국세시기』나 『예양세시기』에는 이때의 시식으로 복일의 구장을 설명하고 있다.
개장국은 오항설로 살펴볼때 화에 해당되는 반면 복은 금에 해당돼 화극금으로 개장국을 먹으면 더위를 이겨낼 수 있다고 해서 즐겨 찾았다는 것.
그러나 개고기는 비린내 때문에 부엌에서 다루기를 꺼리고 또 귀한 아이에게는 부정하다고 하여 먹이지 않은 집도 많았다. 또 아이들이 개장국을 먹고난 뒤 냉수를 마시면 촌백충이 생긴다고 하여 안먹이는 집도 있었다.
이런 가정에서 복날 음식으로 찾았던 것은 육개장. 개고기 대신 쇠고기를 사용하여 끓여내기도 했다.
요즘 서울등지에서 흔히 보이는 대구탕도 육개장의 일종. 서울식 육개장이 고기를 잘게 찢어 얹어내는 대신 대구의 육개장인 대구탕은 고기덩어리를 그대로 푹 삶아 고기의 결이 풀릴 정도로 익혀낸 것이 차이점이다.
삼계탕이나 영계백숙도 복날 음식의 하나. 닭소리도 개소리도 들리지 않는 한적한 곳에서 한사람이 닭 한마리씩 먹는 것은 가정행사이기도 했다.
삼복중에 팥죽읕 쑤어 먹으면 더위를 먹지않고 병에도 걸리지 않는다하여 팥죽을 먹기도 했고 궁중에서는 설날처럼 흰떡국을 끓이기도 했다.
얼음을 넣은 화채나 수박·참외등 제철 과일을 우물속에 넣었다가 서늘하게 식혀 먹는것도 복날에 빼놓을 수 없는 것.
한편 복일에는 임금이 고관들에게 얼음을 나누어주고 양반들은 서늘한 해변가나 산간계곡에 가서 피서를 즐기는 반면 서민들은 복날에는 온갖 귀신들이 횡행한다하여 온종일 문을 닫고 다른 일에 간여하지 않았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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