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경제 되살아 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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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경기논쟁이 일기 시작한 것은 작년 가을부터였다. ¼분기의 경제성장률이 12·5%에 달하고 국제수지적자가 부쩍 늘어나자 정부는 이내 긴축작전을 들고 나섰다. 달아오르는 경기를 그대로 놓아두었다가는 과열로 치달을 가능성이 있고 따라서 국제수지방어에 차질이 생겨난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반기부터 해외경기가 식어들면서 수출부진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여기에다 대기업 여신규제를 비롯한 금융긴축까지 가세되자 기업쪽에서는 불황을 호소하고 나섰다.
정부당국은 일시적인 하강현상일 뿐 전반적으로는 안정적 국면이 계속되고 있다며 기업측의 「엄살」 을 일축했다.
설령 경기가 다소 안 좋은게 사실이라 해도 물가안정과 국제수지방어를 위해서는 별도의 부양책 마련이 필요치 않음을 분명히 했다. 10%대의 상반기성장률이 하반기들어서는 절반수준인 5%대로 뚝 떨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경제운용계획은 여전히 의욕적으로 짜여졌다. 7·5%성장에 물가는 2∼3%선에서 안정시키고 국제수지적자는 5억∼7억달러로 줄이며 이를 위해 수출을 3백30억달러로 늘리겠다는 것이었다.
연초부터 수출쪽에서 차질을 빚기 시작했다. 증가는 고사하고 절대액 자체가 작년보다 줄어들기를 계속했다. 특히 환율때문에 유럽수출은 급격히 감소했다.
수입도 더 큰 폭으로 줄기 시작해 내수경기의 본격적인 침체현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안되겠다 싶었든지 3월 들어서야 국제수지개선대책을 내놓으면서 수출금융의 융자단가인상, 환율의 실세화, 설비금융 확대조치등을 취했다.
환율은 상반기중에 5·6%나 올랐다. 작년 한햇동안에 올린 폭이다. 그런데도 수출쪽의 반응은 영 신통칠 않다.
6월말까지 수출실적은 작년 같은기간에 비해 4%가 줄었고 당연히 늘 것으로 기대했던 신용장조차도 7·1%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유럽지역 수출에만 환율인상의 약효가 나타나 20%수준의 증가세를 보였다. 수입이 상반기중에 7·5%나 감소한 것도 환율상승요인이 컸다고 봐야한다.
어쨌든 수출촉진효과가 당장 나타나지 않는다해도 수출증대를 기대할 수 있는 가장 적극적인 정책수단인만큼 하반기들어서도 실세화작업을 계속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입장이다.
투자쪽에서도 정부기대가 맞아 떨어지질 못했다. 제조업의 기계수주실적은 5월말현재 3·5%증가에 머물렀고 기계류수입허가액은 오히려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9·2%나 줄어든 형편이다.
그동안 앞장서서 피부경기를 주도해왔던 건축부문 투자는 부동산경기가 가라 앉으면서 잔뜩 움츠러든 상태다. 건축허가면적 (5욀말기준)은 3·2%가 감소했고 특히 공업용의 경우 26·6%나 줄었다.
국내 건설수주 역시 공공부문이 49%로 크게 늘고있는 반면 민간사업은 2·7%증가에 불과하다. 여기에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해외건설의 부진까지 감안하면 건설부문의 어려움은 안팎으로 가중되고있는 셈이다. 특히 앞으로 추가적인 부양책을 쓴다해도 부동산 투기우려 때문에 건설부문은 기대할 형편이 못된다.
소비의 위축세도 현저하게 드러난다. 작년 5월까지는 도소매액 증가율이 15·1%로서 너무 지나치다고 걱정했던 것이 금년 5월까지는 2·6%에 불과하다. 적어도 5%선 정도로 회복되길 기대하고 있으나 좀체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다.
고용사정악화를 반영해 실업률 역시 계속 상승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실업자의 절대수가 늘어나는 것 뿐만 아니라 기업마다 감량경영으로 감원바람이 늘면서 일자리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 금년 들어 전산업의 종업원수는 3월기준으로 3%가량이 줄었다.
이처럼 대부분의 지표들이 당초 기대를 상당히 벗어나간 반면 물가만이 도매 1·4%, 소비자 2·8% (6월말기준) 로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경기순환면에서 보면 과거의 호왕국면은 20개월정도를 계속하다 하강국면으로 접어들었었다.
최근의 상황을 순환변동치를 기준으로 따져볼때 안정국면으로 들어선지 23개월째로 내림세의 시작점에 와있는 셈이다.

<이장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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