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국회"…「장마권정국」예고|대립으로 치닫는 여야…그 속사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신민당의 국회단독소집요구로 잠시나마 소강상태에 접어드는가했던 정국이 또다시 장마권으로 빠져 들어가고 있다.
72년 8대 국회이후 13년만이며 제5공화국 출범이후 처음인 야당의 국회단독소집요구로 12대국회개원이후 줄곧 대립해오던 여야관계가 더욱 악화되는 국면을 맞게됐다. 이러한 정국변화에 여야가 각각 어떤 전략으로 대응해 나가느냐에 따라 정국 자체의 풍향에 큰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
국회의 단독소집요구라는 대립상황을 재촉한 것은 노-이비밀회동과 이민우신민당총재 두김씨의 3자회동이 던진 파문때문이었다.
애당초 민정당이나 신민당은 신민당전당대회전 국회소집에 별반 열의를 가지고 있지 않았었다.
민정당으로서는 신민당전당대회를 코앞에 두고 국회가 열리면 아무리 「민생」을 전면에 부각시키려고 노력해도 결국 사면·복권요구로 떠들썩한 「정치국회」로 되돌아 가고, 신민당계파간의 당권갈등이 그대로 국회로 쏟아져 들어와 민정당만 골치를 앓게된다고 판단했였다.
신민당의 이민우총재김동영총무의 상도동체제로서도 학원 노사문제로 임시국회소집을 부르짖었지만 국회를 열어봐야 큰 소득을 기대할 수도 없고 오히려 결실이 없었다는 당권도전파의 공세에 휘말려들지도 모르는 위험부담을 스스로 짊어질 생각이 없었던것 같다.
그러나 노-이비밀회동으로 김대중씨문제가 클로스업되고 이민우총재체제가 당내에서 몰릴 가능성이 커지자 상도동체제로서는 사면·복권을 위한 임시국회소집으로 달려가지 않을수가 없었다.
민정당측도 야당이 국회소집을요구할 경우 국회를 기피한다는 인상을 주어서는 안될 형편이고 더우기 야당의 단독소집으로 국회가 열리면 이유야 어떻든 정치적 책임은 여당이 뒤집어 쓸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 국회소집쪽으로 기울어 갔다. 특히 노·이회동으로 수세에 몰린 이민우·김동영체제가 국회소집에다 대안을 구하고 나섬에 따라 어느정도 그 체면을 살려줄 필요도 느꼈음직하다.
이러한 민정당의 구상을 완전히 깨버린 것이 이민우 두김씨의 3자회동이었다.
3자회등의 내용에 대한 집권층의 불쾌감은 일반적인 정치계산으로 예측한것 보다는 훨씬 강했던것 같다.
『짜장면 먹다가 얘기가 잘 안되자 보이를 불러 국회나 열라는 식』 이라는 표현이라든가 『마치정권을 수중에 쥔 것처럼』 대통령·부통령을 교대로 하자는 등의 「방자한 언동」을 정부 민정당으로서는 참기가 어려웠다는 것이다.
이러한 감정적 반발 외에도 임시국회가 신민당의 양김파벌간의 갈등해소용으로 열리게되면 설령「민생」 심의가 합의된다해도 지켜질리 만무하다고 판단하고 「7월국회불응」 이라는 당론을 굳히게 됐다.
10일 3자회동직후 열린 민정당당직자 회의에서는 야당과의 최종적인 협상가능성까지 배제되지는 않았었는데 밤사이 움직일수 없는 당방침으로 굳어진 과정을 보면 「당외」의 불쾌감이 당내의 온건협상파들에게 거역할수 없는 압력으로 전해졌을 것으로 짐작된다.
국회가 야당단독으로 소집돼 본회의장에는 야당의원들만 앉아있고 넓은 여당의석이 휑뎅그렁하게 비어있는 모습이 국민에게 비쳐지면 국회운영의 책임을 진 여당이 엄청난 타격을 받으리라는 점을 빤히 알면서도 민정당은 7월국회 불응을 고수할수밖에 달리 방책이 없었다.
따라서 12일 마지막 절충을 벌이려고 만났던 민정 신민당총무는 사실상 아무런 융통성을 갖고있지 못했었고 결과적으로 서로가 원하지는 않았으면서도 단독소집쪽으로 가버린 셈이다.
단독소집후 신민당측은 민정당의 공동참여를 호소하고 있지만 제헌절을 앞둔 야당의 사면 복권을 위한 「정치 굿」의 마당을만들어 줄수 없다는게 민정당측의 기본방침이어서 쉽사리 타결될수가 없을것 같다.
국회가 신민당의원들(1백2명)만 참석한 가운데 열리게되면 의사정족수인 재적3분의1(92석)은 넘기때문에 개의는 되지만 의사일정이 없어 회의를 진행할수 없으므로 산회를 선포하게 된다.
또 신민당이 회기를 15일부터 27일까지 13일로 요구했지만 의결정족수인 과반수미달로 회기결정도 못해 회기는 임시국회 상한인 30일간으로 간주된다. 의사일정이 없어 30일간 국회는 공전된 끝에 자동폐회된다.
신민당측은 의사진행발언 신상발언은 할수있다고 보지만 의사일정이 없는 상태에서의 발언신청을 의장이 받아줄지 의문이다.
신민당측은 국회의창이 의사일정을 정하게 되어있는 국회법규정을 들어 의장직권에 의한 의사일정작성과 국회정상화요구 및 비난성명, 의원총회등을 통해 효과적인 대여공세를 벌이려고 할것이머 일부에서는 본회의장 농성까지도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민정당측은 국회소집의 진짜배경이 신민당의 당내갈등 당직흥정 때문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려 들것이다.
이 과정에서 치열한 성명전같은 것도 예상할수가 있다.
야당에 의한 단독국회는 유신신포직전인 72년 8대국회에서 구신민당이 역시 전당대회를 앞두고있는 상황에서 공화당이 단독통과시킨 국가보위에 관한 특별조치법의 무효를 주장하면서 세차례(79-81회국회) 소집한 적이 있었다. 당시에는 자동유회의 상태가 계속되고 본회의장 철야농성과 가두데모등의 원외투쟁수단도 등장했었다.
이번 단독국회도 야당의 전당대회를 앞두고 소집된다는 점에서는 전례와 비슷하다. 그러나 보위법과같은 여야격돌을 일으킨 직접적 계기가없고 서로가 이런상태의 지속을 원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야당의 전당대회라는 단기적인 변수만 처리되면 돌파구가 열릴수도 있는 「제한전」의 성격이 짙다.
다만 신민당계파간의 복잡한 알력과 당권의 향배, 또 지나치게 민감한 여야관계때문에 예측못할 변수들이 끼어들게 되면 엉뚱한방 향으로 확전될 소지도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만큼 현재의 여야관계에는 부가측의 요인들이 많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신민당의 단독국회가 예측한것 이상의 파문을 몰고오면 정국자체가 가늠할수 없는 늪속으로 빠져들고 국민들은 12대국회를 암울한 시선으로 지켜볼 수 밖에 없을 것 이다. <김영배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