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원보상에 성의 보인 "조복 회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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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사회·경제적 여건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협상에 임하는 쌍방의 열의와 문제의식, 합리적으로 문제를 풀고자하는 자세가 조기타결의 원천이 됐읍니다』
지난4월 서해공해상에서 발생한 한·중공민간선박충돌사건의 피해배상 협상을 마치고 2일 홍콩에서 귀국한 이양우씨(53·수협 고문변호사)는 한·중공간 최초의 민사분규협상이 조기에 타결된 것은 여러 가지 의의를 갖고 있음을 강조했다.
『협상 첫날 중공측은 우리실종선원을 위해 묵념을 하자고 제의하고 기회 있을 때마다 유족들에게 애도의 뜻을 표하는등 도의적 책임 인정에 인색치 않았읍니다』
중공측도 검정색 넥타이에 검정색 옷을 입고 협상장소에 나와 조복회의가 됐다고 했다. 『이런 자세가 반영됐는지 유족보상에 대해서는 과실상계를 하지 않았읍니다. 쌍방의 과실비율을 산정, 피해자측은 자신의 과실만큼 배상 받지 못하는 것이 국제관행입니다』
중공측이 실종선원 문제에 많은 배려를 했으며 국제해상분규 관행에 비춰볼때 과실상계를 안한 것은 파격적이라는 것이다.
12명의 실종선원 보상금은 l인당 2만4천5백달러씩 모두 29만5천달러. 우리측이 주장한 「호프만」식 계산법과 중공측의 봉급정액제계산법을 절충한 것으로 「적정선」이라고 이씨는 주장했다.
대화로 해결하려는 양측의 자세가 앞으로 유사한 해사분쟁, 무역분쟁등 상사분규 해결의 기틀이 될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협상의 또 하나의 의의는 민간협상합의서에 최초로 양국 정식국호(영문)를 명기한 점.
합의서에「대한민국(Republic of Korea)」황해상사 대리인 이양우, 「중화인민공화국 (People's Republic China)」상해원양운수공사대표 「류우종」의 이름으로 서명했다. 『협상은 마라톤회의로 강행군했읍니다. 어떤 날은 12시간이상 진행됐지요』
한·중공양측이 지정한 호텔을 오가며 협상을 했다. 중공측대표 「류우종」은 국제감각이 뛰어나고 세련된 매너를 갖춘 인물. 통역없이 영어로 진행. 『해사분규협상은 보통 1년정도의 시간을 요합니다. 12일만에 협상이 타결된 것은 극히 이례적인 것으로 양측의 진지한 자세를 증명하는 거지요』
이변호사는 해군사관학교 졸업 후 고시(12회)에 합격해 해군법무감, 유정회·민정당 (전국구)의원을 지냈다. 국제상사분규를 전문적으로 취급해왔다.<박보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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