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종속국가에 포함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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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국같은 닉스(NICS·신흥공업국가)를 제3세대 산업화국가라한다.
제1세대는 18세기에 산업혁명을 끝낸 영국·프랑스·미국 등이다. 19세기에 산업화된 독일·러시아·일본은 제2세대다. 닉스는 20세기에들어 산업화된 나라들이다.
닉스문제가 지금 종속이론에서 논란의 대상이 돼있다.
이들도 종속국가에 포함되는가, 그들이 선진국 수준으로 발전할수 있는가가 논란의 촛점이다.
닉스가 국제 자본주의체제에서 다시 이탈하여 독자적으로 성장할수 있느냐도 중요 관심사다.
종속이론에선 자본주의세계를 중심부(center)와 주변부(periphery)로 양분한다. 중심부는 선진자본주의 국가들이다. 주변부는 제3세계를 말한다.
그들은 주변부가 중심부에 예속돼 있다고 본다. 주변부의 저발전은 중심부에 의한 착취의 결과다. 이런 관계는 식민주의·제국주의 지배하에서부터 수백년째 계속됐다는 것이다.
주변과 중심의 관계가 가까울수록, 장기화될수록 종속관계는 심화된다. 따라서 종속을 극복하는 최선의 방법은 관계를 끊는것이라고 주장하다.
최근 서울에서 열린 「한국의 발전과 종속이론의 쟁점」이라는 학술회의에서도 닉스의 과제가 중심문제였다.
두 관설기관이 마련한 이 세미나엔 10여국에서 52명이 참석, 26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중심인물은 「아민」과 「에번즈」등이었다. 좌파에 속하는 종속이론의 대가들이다.
주최측이나 한국학자들은 한국이 주변권에서 벗어나 중심국이 될수있느냐는 질문을 던져놓고 예스라는 대답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그들은 아시아형 닉스가 다른 닉스와 다르고 종속이론의 예외적인 존재라는 점은 인정했으나 예스라는 말은 끝내 하지 않았다.
「에번즈」는 모든 제3세계 국가들이 중심국의 정책결정에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 아시아 닉스들도 종속적일 수밖에 없다고했다.
「아민」은 『주변국이 중심국으로 부상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한국이나 대만이 예외가 될수 있을지. 어떨지는 말할수없다』고 했다.
그는 주변국이 중심국으로 진입하는데 필요한 5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노동력의 자력충당, 국내 산품시장의 완전지배, 천연자원의 자주적 개발능력, 국내 자본시장의 장악, 자주적인 기술능력 보유등이 그것이다.
「아민」은 이것이 민족자본주의에 필수적인 전제이나 주변국중엔 이런 능력을 갖춘 나라가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한국경제는 종속이론가나 국내급진그룹으로 부터도 비판을 받아왔다.
그 논점은 지나친 대외종속, 대규모 외채, 내수시장 결여, 경공업치중, 저임금노동, 기술의 대외의존, 농업부문경시, 불평등과 소외의 확대 등이었다.
산업간의 불균형, 독점의 심화, 노조의 취약도 비판대상이었다.
그들은 닉스가 경제성장을 이루긴 했으나 그것이 성공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대외의존도가 높고 외채가 많기때문에 종주국이 채무이행을 강요하는 날이면 하루아침에 와해될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언제든지 재식민지화 (recolonization)될 위협에 직면해 있다고 말한다.
그때문에 한국도 미국·일본과의 경제관계를 축소·단절하여 세계 자본주의체제에서 이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요즘 종속이론의 이분법을 부정하고 삼분법을 제시하는 일군의 학자들이 등장했다. 「월러스타인」이 그 대표다.
삼분법은 주변과 중심사이에 독자적인 그룹이 있다고 전제한다. 그것이 제3세대 닉스다. 그중에서도 아시아형 닉스가 가장 두드러진 존재다.
「월러스타인」은 이들을 준주변(semi-periphery)이라고 불렀다. 준제국주의(sub-imperialism)라고도 한다.
준주변은 중심과 주변의 갈등을 조화시키면서 주변부 국가들에 대해서는 제국주의적 행동을 취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심국이 될수있느냐엔 대답을 보류하고 있다.
이론은 어디까지나 가설일 뿐이다. 우리가 거기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 우리의 과제는 종속을 줄이고 발전을 지속시키면서 대내적인 불평등과 소외를 해소해 나가는 일이다.
외국상품과 차관의 도입은 우리이익을 기준으로 선별해서 중심국의 이기적 정책에 휘말리지 말아야 한다.
역사는 기술이 기존 경제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비약시킬수 있다는 것을 증언하고 있다.
한국에 우호적인 학자들은 한국이 신기술을 축적·개발하여 노동집약산업에서 빨리 기술위주의 자본집약으로 도약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그것은 중공이 세계자본주의에 편입되기 전에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여기에 정치발전이 변행해야한다는 것도 잊지않았다.
선진국의 보호즈의와 팽창공세를 극복하고 시장·기술·조직 등 비노동분야에서 비교우위를 확보할때 한국은「또하나의 일본」 (another Japan)이 될수있다고 그들은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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