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비극 형상화에 성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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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18임방의『만선』무대에 종막이 내리자 관객들은 깊은 감동에 빠져 갈채마저 잊었다. 관극후의 감상을 어느학생과 정리해 본다.
학생:이번 『만선』무대에 대한소감은 무엇입니까?
교수:나의 첫번째 관심은 오랜 시일에 걸쳐 숱하게 되풀이 되어온 『만선』무대가 임영웅 연출로 재도전될 때 오늘 이시점에서의 우리들의 「삶」의 의미가 이작품속에 어떻게 투영될 것인가 하는 점이었습니다.말하자면 『만선』의 연출적 재해석의 양상이겠죠. 두 번째 관심은 배우 백성희,정동환,박인환,정진,김을동,이주실,이문수,이필훈,차화연,길용우등 능력있는 배우들이 어떠한 연기적 성과를 거둘수 있는가 하는점이었습니다.세번째 관심은 무대기술쪽분야(미술,조명,음악 및음향,의상)가 이무대를 위해 어떤 신선하고도 충격적인 아이디어를 들고나올까 하는 점이었습니다.
학생:그 결과는요?
교수:나의 세가지 기대는충족된 부분도 있고, 어긋난 부분도 있습니다.
학생:성과를 거둔 부분은 무엇입니까?
교수:제 3막의 무대형상화를 들 수 있습니다. 이 연극의 비극성이 집약적으로 표현된 이 부분에서 연출과 연기는 똑같이 해야될 일을 충실히 해냈습니다. 특히 원로배우 백성희의 연기는 놀라운 감동을 안겨주었습니다. 이 연극의 초반과 중반에서 길용우(도삼)의 연기적 감각도 눈에 띄었습니다. 좋은 배우로구나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학생:그뿐인가요?
교수:물론 박근형(곰치)이나 정동환(연철)도 맡은바 역할의 의미를 잘 전달해 주었습니다. 그러나 박인환(정삼),김진동(임선주),정진(범쇠)의 연기가 조금 아쉬웠습니다.
학생:문제점으로 지적될수 있는 점은 무엇입니까?
교수:극의 톤이 문제였습니다. 가난한 어촌의 피와 눈물이 덜 보여요.개막과 종막의 음악도 이연극의 본질과는 약간 상반된 방향으로 갔습니다. 의상도 비린내가 풍겨야죠. 파도소리와 번갯불 때문에 대사가 잘 전달안된곳도 있었고 무대공간이용이 지나치게 뒤쪽으로 멀어진다든가, 집 마루쪽으로 가버리는 일도 중요한 액션과 대사를 놓치는 결과였죠.결론적으로 말해서 현실(파선)과 이상(만선)의 불협화속에서 좌절당한 인간의 비극을 잘 형상화 시켰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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