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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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때아닌「보물섬」얘기가 화제다. 우리나라 남해안 거제도 근처 중죽도에 엄청난 귀금속과 문화재가 숨겨져 있다는 신문보도가 흥미를 돋운다.
그 보물은 태평양전쟁 말기 일목군이 중국본상에서 밀반출한 것이라는 「목격자」의 주장도 있고, 보물「광업권」시비까지 일고 있어 상상의 단계를 지나 현실감이 상당히 짙어 보인다.
보물섬 이야기의 시발은 아무래도 영국작가 「스티븐슨」의 소설 『보물섬』(Treasure Island)일것 같다. 브리스틀항에서 10km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애드머럴 벤보」라는 바닷사람 상대의 여관에 한사나이가 나타난다.
그 사나이 「캡틴」이 피살되고 그가 남긴 보물섬 지도를 둘러싸고 보물 탐색작업이 이루어진다. 「짐」소년과 해적과의 싸움이 스릴넘치게 전개되는 건 물론이다.
그 작품은 처음 「영 폭스」지에 연재된 뒤 전 세계 소년 소녀들의 가슴을 뛰게했다. 만화로, 영화로 옮겨져 소년들의 모험심을 자극하기도 한다.
프랑스 작가 「뒤마·페르」의 『몽네크리스토백작』에도 보물섬 얘기는 나온다. 1845년에 간행되었으니까 1882년에 나온 『보물섬』보다 더 오래된 보물섬 얘기를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에드몽·당테스」는 감옥에서 만난 이탈리아인 「팔리아」법사로부터 몽테 크리스토섬의 동굴에 감춰진 「스파다 비밀」의 소재를 알게 된다. 그는 뒤에 그 보물을 가지고 통쾌한 복수극을 전개한다.
미국작가 「에드거·앨런·포」의 『황금충』도 암산에 감춰진 다이어먼드와 황금을 찾는 이야기를 쓰고 있다.
그러나 보물섬의 신화는 훨씬 옛날로 거슬러 올라간다. 진시황이 불노초를 구한 삼신산이 그것이다.
보물섬의 의미는 그처럼 사람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데 있다.
중죽도의 보물을 찾고 있는 사람들이 20년 이상이나 탐색의 집념을 불태우는게 그걸 증명한다. 하지만 그 집념들이 늘 좋은 결실을 얻는건 아니다.
82년에는 부산 용호동 해안에 있던 2차대전 당시의 일본군 지하 잠수함 기지에 금노다지가 숨겨져 있다는 풍문이 요란했던때도 있었다.
그 때 발굴을 기도했던 이들이 큰 성공을 거두지 못 했던게 기억난다.
보물섬의 신화는 사람들에게 아스라한 꿈을 준다. 청소년들에겐 공상과 모험심을 자극하기도 한다.「보물섬」의 존재가치는 아마 그런 환상과 모험심의 자극으로 충분할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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