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정은씨’ 코스프레?…개회사서 혁명원로, 남한 국민 등에 "따뜻한 인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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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평양 4ㆍ25문화회관에서 열린 북한 조선노동당 제7차 대회에서 개회사를 읽고 있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조선중앙TV 캡처]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6일 조선노동당 7차 대회 개회사를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위대한 김일성 동지와 김정일 동지께 가장 숭고한 경의를, 최대의 영광을 삼가 드린다”고 밝혔다.

김정은은 이어 “우리 당과 인민은 위대한 수령님과 장군님 영도 밑에 사회주의를 수호하며 주체혁명 위업을 승리적으로 전진시키기 위한 성스럽고도 간고한 투쟁의 길을 헤쳐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국과 인민을 위해 모든 것을 다 바쳐 투쟁한 항일혁명투사들을 잃었다”며 이름을 하나하나 열거했다. “김일 동지, 최현 동지, 오백룡 동지, 오진우 동지, 최광 동지, 임춘추 동지, 박성철 동지, 전문섭 동지, 이을설 동지 등”이다.

이어 “허담ㆍ연형묵ㆍ김중린ㆍ김용순ㆍ김양건ㆍ이제강 동지 등 혁명 동지와 조명록ㆍ김광진ㆍ김두남ㆍ전재선 동지 등 선군혁명전우들도 우리 곁을 떠나갔다”고 말했다.

또 “이승기 선생, 임록재 선생, 천세봉 선생, 박용순 동지를 비롯해 과학ㆍ문화예술ㆍ체육의 발전을 위해 힘과 재능을 다 바친 원사, 교수, 박사, 작가, 인민배우, 인민체육인들, 그리고 한덕수 동지, 최덕신 선생, 이인모 동지 등 혁명동지들과 통일애국인사들을 잃었다”고 안타까워했다.

김정은은 “그들이 바친 고귀한 피와 희생의 대가가 있어 빛나는 승리가 있고 오늘의 영광이 있는 것”이라며 이들을 추모하는 뜻에서 묵상할 것을 제의했다.

김정은은 또 개회사 후반부에서 우리 국민과 해외 동포에 대한 인사도 잊지 않았다. “뜻깊은 당 대회를 맞아 조국의 통일과 부강번영을 위해 투쟁하고 있는 반제민족민주전선과 조선사회민주당, 천도교청우당, 그리고 남조선 인민들과 총련을 비롯한 모든 해외 동포들에게 따뜻한 인사를 보낸다”고 하면서다.

이뿐만 아니라 “이번 당 대회에 축전과 축하편지, 축하 꽃바구니를 보내준 세계 여러 나라 정당, 단체들과 각계 인사들, 주조선 외교 및 국제기구 대표들에게 뜨거운 감사와 인사를 보낸다”고도 했다.

북한의 최고 지도자가 역사적인 당 대회 개막을 선포하는 자리에서 김일성ㆍ김정일 부자→항일혁명투사ㆍ선군혁명전우 등 혁명 원로→남조선 인민과 해외 동포→축전을 보낸 친선 국가 정당ㆍ단체 및 각계 인사 등의 순으로 ‘특별한 감사’를 표한 셈이다.

정부 당국자는 “자신이 주인공인 당 대회를 맞은 김정은이 대내외에 영도자다운 풍모를 드러내기 위해 감사의 인사를 하나하나 빠짐 없이 챙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형구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사진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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