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격 패러디' 수사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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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경찰이 '대통령 저격 패러디'수사에 나서 정치 패러디의 한계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한 인터넷 사이트에 올려진 대통령 저격 패러디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고 19일 밝혔다. 청와대가 수사 협조 요청을 한 데 따른 것이다.

문제의 패러디는 16일 인터넷 매체 '독립신문'에 한 네티즌이 독자 투고 형식으로 올린 것으로 북한에 우호적인 발언을 하는 노무현 대통령의 이마를 저격수가 정조준하고 있는 내용이다.

사이버범죄수사대 측은 "수사를 통해 패러디를 올린 네티즌과 작성 의도, 경위 등을 밝힐 방침"이라며 "사법 처리 여부는 수사 뒤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수사를 둘러싸고 개인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패러디는 제재해야 한다는 주장과 표현의 자유는 존중해야 한다는 반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패러디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KBS '시사투나잇'프로그램에는 한나라당 전재희 의원의 얼굴을 나체화에 합성한 패러디 사진이, 지난해 7월에는 청와대 홈페이지에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반라 합성 패러디 사진이 등장해 문제가 됐었다.

인터넷에 유포된 정치 패러디에 적용될 수 있는 법은 정보통신망이용촉진법 상의 명예훼손(62조 1항)이다. 명예훼손 혐의가 성립되려면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도록 사실이나 허위 사실을 적시해 사람의 명예를 훼손해야 한다. 단 진실한 사실을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해 말했을 경우 등에는 처벌 대상에서 제외된다.

그러나 지금까지 인터넷의 정치 패러디에 대해 명예훼손죄로 유죄 판결이 내려진 적은 없다. 다만 선거법 위반이 인정된 적은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이진우 변호사는 "다소 불순한 의도가 있었다 하더라도 공인인 정치인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표시한 것을 두고 형사 처벌을 하려는 것은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경호 제주대 언론홍보학과 교수는 "패러디를 통해 정치적 의견을 표현하는 자유는 존중돼야 하나 대통령을 저격하는 것은 너무 지나쳤다"고 말했다.

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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