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최민식, 13년 전 ‘올드보이’ 출생의 비밀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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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올드보이’ 기념 다큐 ‘올드 데이즈’를 기획한 백준오 플레인 아카이브 대표와 ‘올드보이’의 박찬욱 감독(오른쪽). [사진 라희찬(STUDIO 706)]

그 유명한 ‘장도리 액션 장면’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박찬욱 감독과 배우 최민식, 수많은 스태프들이 촬영 현장에서 가장 치열하게 고민한 건 뭐였을까. 한국 영화사에 남을 작품을 만들고 있다는 인식을 했을까. 2003년 박찬욱 감독의 대표작 ‘올드보이’가 만들어질 당시 영화 제작 현장을 생생하게 담은 다큐멘터리 ‘올드 데이즈’ (한선희 감독)가 전하고자 하는 풍경이다. 다큐멘터리는 7일까지 열리고 있는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됐다.

다큐 ‘올드 데이즈’ 전주영화제 출품
박 “노련하지 못해 용감하게 찍어”
7월 특별판 블루레이에 수록

박 감독은 올 칸영화제 경쟁부분 진출작인 신작 ‘아가씨’ 후반작업으로 바쁜 와중에도 직접 전주를 찾았다. 이 다큐와 ‘올드보이’에 대한 애정 때문이다. “이렇게까지 깊이 회고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감회가 남다르다”고 했다. 10년이 훌쩍 지난 지금 그에게 ‘올드보이’는 어떤 의미일까. “내 연출작 중 왜 이 영화가 유독 사랑받는지 가끔 궁금하다. 노련하지 못했고, 조심성이 없어서 오히려 용감하게 찍은 영화다. 촌스럽고 과잉된 면이 있어도 그 과격한 에너지 때문에 사람들이 매혹된 것 아닐까.”

‘올드 데이즈’는 오는 7월 말 출시 예정인 ‘올드보이’ 특별판 블루레이에 수록하기 위해 만들었다. 보통 짧은 부가영상을 수록하는 데 그치는 것에 비해 별도의 다큐까지 제작한 것이 이례적이다. 이는 영화 팬들 사이에서 소장 가치 높기로 이름 난 블루레이 제작사 플레인 아카이브 백준오 대표의 오랜 꿈이었다. “한국 영화계의 가장 기념비적인 영화가 제대로 된 블루레이가 없다는 사실이 안타까워 시작한 작업”이라고 백 대표는 말했다. 그 덕에 촬영 현장을 고스란히 담았으나 창고에서 잠자던 400롤의 필름 사진이 세상 빛을 보게 됐다. 밀착 인화한 사진은 1만4000장에 달한다. 이중 박 감독이 직접 골라 코멘트를 쓴 50장 가량의 사진이 블루레이 스틸북에 수록된다.

백 대표는 2013년 ‘올드보이’ 디지털 리마스터링 버전이 개봉하자마자 블루레이 작업 의사를 밝혔다. 박 감독은 그의 연락을 받자마자 ‘제발 그렇게 해달라’는 답을 보냈다고 회상한다. 다큐 제작 뿐 아니라 블루레이 출시를 위한 판권 문제 해결도 박 감독과 용필름(전 시오필름) 임승용 대표가 적극 도왔다. 사장되다시피 한 블루레이 시장에 대한 안타까움 때문이다. “스트리밍과 다운로드를 통해 보는 영화와는 확연히 다른 ‘필름 룩’을 기대하고 있다”고 박감독은 힘주어 말했다.

박 감독은 ‘아가씨’에 대해서도 짧게 언급했다. “근친 상간을 다룬 ‘올드보이’에 이어 또 한번 논란이 될 만한 이야기(레즈비언 소재)다. 동시에 내 영화 중 가장 아기자기한 재미가 있는 작품이다.”

이은선 기자 har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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