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방일」그릇묘사, 막부권위 과시에 급급|박성수(정문연한국사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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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하멜 표류기』를 읽다가 깜짝 놀랐다. 그 부록에 보면 일본측에서 나온 한국관계 정보가 실려있는데 분명「도꾸가와」막부의 관리들이 나가사끼(장기)의 화란인들에게 제공한 한국과 일본과의 관계에 대한 설명이다.
즉 일본이 임진왜란을 일으킨 것은 한국이 부당하게도 서울에 온 일본사신을 죽였기 때문이라는 것이고 또 일본이 이 7년 전쟁이 끝난뒤 조선통신사를 받아들이게 된 것도 당시에 조선정부가 일본의「도꾸가와」막부에 복속한다는 뜻이었다는 것이다.
물론 사실과는 전혀 거리가 먼 설명이지만 「도꾸가와」막부로서는 조선통신사의 방일에 그 나름의 정치적 의미를 부여, 고분고분하지 않은 지방 다이묘(대명)들에게 막부의 권위를 과시하는데 이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기에 그토록 조선통신사를 후대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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