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중고」앓는 지방경제|경기나쁜데 수출부진·자금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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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방경제도 안좋다. 전반적으로 경기가 부진한데다가 수출부진, 만성적인 자금난까지 겹쳐 일부지방경제권은 삼중고를 당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신용불안으로 사채시장이 자취를 감추어 자금난이 가중된 지방도 있다. 대전권에서는 은행에서 시설자금을 가져다 쓰라고 권유해도 불투명한 경기전방 때문에 투자를 꺼리고 있어 지방경제는 경제권에 따라 각양각색이다. 부도율은 4월말현재 부산0.31%, 대구0.28%, 대전0. 27%, 전주0.24%, 광주0.44% 등으로 나타나 서울(0.06%)의 4∼8배나 된다.
지방 주요도시 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지방경제는 대종을 이루고있는 제조업이 성장유망산업이 아닌 노동집약형 낙후산업인데다 계속적인 경기하향 추세로 어려운지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2월 간판기업인 국제그룹 해체정리로 한차례 소용돌이가 지나간 부산지역은 아직까지 그 여파가 남아있어 심리적으로 크게 위축돼있다.
대부분의 업종이 부진한 상대지만 합판은 3월말현재 작년동기보다 9.9% 생산이 줄었고 신발류는 26.9%나 줄어들었다.
조선 해운등도 여전히 어두운상태다. 다만 1·4분기까지는 고전했던 신발이 4월이후 다소 주문이 늘어 그나마 다행이다. 현재 신발공장들은 풀가동으로 생산하고 있어 한때 결제를 꺼리던 국제상사의 어음유통에는 무리가 없지만 신발가격이 내린 탓으로 채산성이 새로운 문제로 대두되었다는 것이다.
오는 7월로 예정된 미국의 한국산신발에 대한 덤핑심의판정에서 또다른 문제가 생길것이 거의 확실해 벌써부터 이 지역에서는 걱정이 많다.
올들어 꾸준한 성장을보여 3욀말현재 작년동기보다 생산이 16.3%의 증가를 보였던 철강도 미국등의 수입규제로 4월부터는 떨어지고 있다. 섬유부문도 생산이 작년보다 2.1% 줄었다. 타이어도 작년동기보다 11.3% 출고가 줄어들었다.
여기에 관광객마저도 작년 같은기간보다 17.3% 줄어 어려움은 더욱 크다.
부산지역의 수출은 3월말까지 8억4천1백96만달러로 작년동기보다 13.5%나 감소됐다. 이가운데 조선이 92.6%감소돼 가장 어렵고, 합판은 56.1%, 철강16%, 신발은 7.1%가 각각 줄었다.
섬유가 수출의 84.1%를 차지해 판세를 가늠하는 대구지역은 연초에는 중공 중동쪽으로의수출이 활기를 보여 기대가 컸으나 최근에는 후발개도국의 저임금·덤핑공세에 밀려 경쟁력이 크게 떨어져 맥이 풀린 상태다.
3월말까지 2억2천37만달러의 수출실적을 보여 작년동기보다 12.6%가 늘었으나 가격인하로 채산성이 크게 떨어져 크게 도움이 되지못한다는 것이다. 그래도 다행인것은 계속 물량공세로 밀어붙이고 있어 하청업체들의 부도는 면하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지방도시가 돈 구하기가 힘들긴 하시만 대구는 특히 심한편. 83년11월의 광명도산이후 신용질서가 완전히 무너져 사채를 얻기 어려워지는 통에 기업들은자금난을 겪고 있다. 건설·주택경기도 안풀리고 있다.
올들어 3월까지 공업용 건축허가실적이 작년 같은기간보다 93.6%나 떨어지고 공공부문의 발주가 전혀 없으며 아파트등 민간부문도 작년의 90%선에 머무르고있다.
경북지역 전체로는 작년동기에 비해 수출실적은 5%정도 떨어졌다.
호남지역도 경제형편이 안좋기는 마찬가지. 광주지역은 전국주요도시가운데 부도율이 가장 높다. 4월말현재 0.44%를 기록, 서울의 8배나 된다. 자금난을 바영한 것이다. 4월들어 예금은 1·4분기보다 6.8% 줄어든반면 대출은 오히려 2.1%가 늘었다.
올1·4분기의 건축허가면적은 지난해 4·4분기보다는 37.4%가 줄었으며 작년동기에 비해서는 51.7%나 줄어드는등 건설폭이 형편없다. 또 전남도전체로는 4백68개업체중 정상조업은3백49개로 74.6%의 조업률을 보여 지난해동기의 85.1%보다 10%이상 떨어졌다. 조업단축도 작년29개업체에서 올해는 1백16개업체로 늘어났는데 이들가운데 13.8%가 자금난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북지역은 1백77개업체가 수출을 하고 있는데 1·4분기중에는 메리야스 유리제품등이 호조를 보여 작년동기의 1백2%실적을 보였다. 그러나 합판은 70%가 줄었고 수산물도 35%나 줄었다.
전주공단입주업체는 64.4%만이 정상조업을 하고있어 작년동기(71.3%)보다 가동률이 낮아졌고 조업단축업체는 작년보다 많이 늘어났다.
다만 제품 고급화가 이뤄져 중동·미주지역에 수출이 잘되고 있는 메리야스와 폴리에스터등 화학섬유쪽이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경기에 파급효과가 큰 건설쪽이 다른지역과 마찬가지로 이렵다. 대전을 중심으로한 중부권이라고 뾰족한 수는 없다.
충남도의 수출(1∼3월)은 작년동기에 비해 10%가까이 줄었고 가동률은 73.5%선에 머무르고 있다. 특히 피혁제품이 부진해 지방경제에 영향이 많다.
대전지방은 다른 지방에 비해 지방은행의 시설자금과 산은의 장기시설자금의 여유가 있는데도 불안한 경기때문에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돼 시설투자를 하려고들하지않아 큰 문제라는 것이다. <이춘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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