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년간 호연지기 키워 온 곳 고대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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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전통대학촌의 본모습을 지키자』.
대학 앞 하숙촌을 재개발하려는 당국의 계획에 주민과 학생들이 대학문화를 지키자며 이를 반대하고 나섰다.
재개발이 횡재로 통해 무허가 판잦집에도 거액의 딱지값이 붙어 거래되는 서울에서 거꾸로 재개발에 반대하고 나선 주민들은 고대 앞 하숙촌인 찰기동136·137번지 일대 4백20여가구. 고대의 발전과 함께 해방 후 주택가를 이루어 고대생들을 상대로 한 하숙집·술집·책방· 다방· 당구장 등 영업으로 생계를 꾸리면서 학생들과 함께 숨쉬고 살아온 주민들은 재개발이 이 같은 대학촌 4O년 전통의 훼손이며 경제적으로도 주민들에 도움이 안된다고 반대하고 있다. 학생들은 학생들대로 고대인의 꿈과 낭만이 서란 마음의 고향을 앗아가는 재개발에 주민들과 함께 거센 반발.
고대앞 대학촌의 재개발계획이 고시된 것은 지난 3월10일. 서울시가「제기4구역」으로 재개발지역 지정을 했다.
대상면적 1만6천3백50평에 대상가구가 4백10가구. 고시가 나오자 마자 주민들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안암골 막걸리촌이라면 서울의 명소인데 보존은 못할망정 없애다니…』『짐이 낡지도 않았고 달동네도 아닌데 왜 재개발을 해요』『재개발해서 아파트를 짖게되면 하숙도 못치게 돼요. 막걸리집도 안맞구요』『6백여가구 전세입주자도 갈 곳이 없어요…』
주민들은 공람기간 (15일)도 가기전 고시 닷새만인 18일 「재개발 반대추진위원회(위원장 황상륭)」를 결성, 대상가구의 92%에 해당하는 4백26가구 서명을 받아 서울시· 건설부 등에 진정서를 냈다.
재개발지역으로 지정된 서울시내 1백5곳 중 반대가 있는 곳은 오직 이곳 뿐.
이 같은 주민들의 움직임에 학생들도 동조 기세.
고대의 혼이 서린 대학촌을 부수려는 것은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까지 나타내고있다.
이곳 하숙집엔 고대생 5백∼6백여명이 늘 하숙하고 있는 1백50여 가구 하숙집,「고모집」등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50여 곳의 막걸리 집, 그리고 책방· 다방·당구장 등 l백50여개 가게가 처마를 맞대 「고대문화권」을 이루어 왔다.<이규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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