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뒷걸음질 치는 경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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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조르지·마르셰」프랑스 공산당수는 최근 공산당 발행 주간지 「혁명」과의 인터뷰에서『사회당정부의 긴축정책과 계속되는 실업증가·불경기, 그리고 사회개혁 정책의 실패로 국민들의 불만이 크게 고조돼 있다』고 말하고『이같은 국민들의 불만이 언제 폭발할지 모른다』고 주장했다.
사회당 정책에 반대, 지난해 7월19일 4명의 공산당 출신 각료들을 철수시켜 사회·공산당연정에 종지부를 찍었던「마르셰」 당수는 『사회당과의 재결합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않는다』고도 말했다.
공산당이 사회당과 결별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사회당 정부의 경제정책, 특히 고용정책에 불평을 터뜨리고 있는 노조세력에 대한 눈치때문이었듯 집권이후 사회당 정부를 짓누르고 있는 가장 무거운 짐이 실업 증가다.
「미테랑」대통령은 집권전부터 실업자 구제를 최우선으로 삼았으나 사회당 정부 출범이후 실업자가 줄기는 커녕 크게 늘어났고 전망도 밝지 않다.
사회당 정부가 들어서기 전해인 80년말 프랑스의 실업자는 1백51만명 (실업률 7%) 이었으나 지난 4년간 계속 증가, 현재 2백42만명(실업률 11%) 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실업자가 공식 집계보다 훨씬 많은 3백만명에 육박한 것으로 보고있다.
더욱 불길한 것은 좌파 지지세력의 첨병인 젊은층 (15∼24세) 실업자가 크게 늘어 80년 15%에 불과했던 실업률이 26·1%나 된다는 점이다.
실업자증가는 「미테랑」정부가 「경제정책의 우선회」를 선언, 국제경쟁력이 약한 주요산업분야의 고용을 대폭 감축하는등 산업구조 현대화를 서두르면서 가속되고 있어 노조와의 대립이 불가피한 상태지만 「미테랑」대통령은 『프랑스가 살 길은 이길뿐』 이라며 산업구조개편 작업을 밀고 나가고 있다.
사회당 정부의 회심의 작품이였던 은행과 기간산업의 국유화도 국영업체의 적자가 누증되면서 「실패」쪽으로 기울고 있으며 최근엔 정부도 이들 가운데 일부의 사영화를 검토하는 한편 국영업체의 자율 경영쪽을 늘려 가고 있다.
3백만프랑 이상의 재산소유자에게 연간 0·5%에서1·5%까지의 특별 재산세를 물리는 이른바 「부유세」까지 신설해 부의 고른 배분을 시도해 왔으나 부의 편충현상은 여전해 소득세의 경우 납세자의 10%가 전체 납세액의 64%를 부담하고 있으며 이들 가운데 1%가 또 전체의 30%를 맡고있다.
선거공약에 따라 각종 사희보장 제도가 확대 실시되면서 공공부채가 3배나 증가했고 산업투자는 전년대비 81년 마이너스 2·7, 82년 마이너스1·1, 83년 마이너스 4, 84년 마이너스 2·9%로 해마다 감소 추세를 보였다.
현재 국민총생산 (GNP)가운데서 사회보장 부담률이 18·9%로 영국의 3배, 미국과 일본의 2배 이상이다.
기업들도 기업의 사회보장 부담이 크게 늘어난데다 경기마저 나빠 많은 기업이 도산했거나 경영 악화로 허덕이게 됐다.
특히 프랑스 최대의 중공업체인 크뢰조 르와르사가 지난해 6월 법정관리로 넘어갔던 일은 프랑스 경제계에 큰 충격이었다.
창업2세기를 자랑해온 이회사는 한국의 9, 10호기 원자로 수주회사인 프라마톰등 9개의 자회사를 거느린 철강중기 생산 업체로 오랫동안 황금기를 누리며 프랑스 기업의 대명사로 군림했었다.
83년 1백21억프랑의 매출을 기록하고도 18억프랑의 적자를 낸 크뢰조 르와르사는 3만여명의 종업원 가운데 3천명을 감원해야 할 처지에 놓여있고 1만여 하청업체들이 도산위기를 맞고있다.
프랑스기업의 도산율은 80년 9·5%에서 84년 44%로 증가했다.
무역수지는 4년동안 1천3백90억프랑의 적자를 기록, 「지스카르」 전대통령 재임 7년간의 실적인 1백억프랑 흑자와 비교되고 있으며 대외부채도 4배가 증가해 5천2백50억프랑에 이르고 있다.
81년5월 달러당 5·34프랑이던 대미환율이 지금은 10프랑대로 떨어지는등 프랑화가 약세통화로 전락함으로써 대외부채 부담은 더욱 무거워지고 있다.
그나마 시회당 정부에 위안이 되는 것은 인플레 진정.
지난해 7월13얼 프랑스혁명 기념일을 하루 앞두고 전통적으로 대통령이 군에 보내는 메시지에서조차 『군도 국가의 다른분야와 마찬가지로 긴축정책으로 예산을 절감하라』 고 호소할만큼 강력한 긴축정책을 편 덕분에 81년 13·9%에 달했던 인플레율은 이제 6%선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공공요금 인상폭이 언제나 일반물가 인상폭보다 높아 인플레 진정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의문이다. 84년의 경우 일반물가 상승률은 평균 인플레율 6·7%보다 낮은6·2%증가에 그쳤으나 공공요금은 8·7%가 올랐다.
사회당 정부의 경제가 이처럼 뒷걸음질친 것은 대체로 경험 부족으로 인한 비현실적 처방의 강행, 정책실시 시기의 부적절, 사기업의 의욕 저하에 따른 경쟁력 약화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제 「미테랑」대통령이 모든 정책면에서 「현실적 바탕」을 강조하기 시작한 것은 조금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파리=주원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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