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북, 핵실험 앞서 한·미·중 경고 되새겨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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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이란으로 가는 박근혜 대통령의 발걸음이 무거울 듯하다. 서방의 경제제재가 해제되면서 신흥시장으로 급부상한 이란을 발판으로 ‘제2의 중동붐’을 조성할 목적으로 가는 것이지만 방문 기간(5월 1~3일) 중 북한이 5차 핵실험을 단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36년 만인 다음달 6일부터 노동당 대회를 열고 김정은 체제의 안착을 대내외에 선포할 예정이다. 이를 기념하는 ‘축포(祝砲)’로 핵실험을 강행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모든 준비를 끝내고 타이밍 선택만 남겨놓고 있다는 게 군 정보당국의 분석이다. 중거리 탄도미사일인 무수단 발사 실험의 거듭된 실패를 만회할 목적으로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북한의 5차 핵실험이 초읽기에 들어간 분위기다.

 한국과 미국은 물론이고 중국도 북한의 5차 핵실험 가능성에 강력한 경고음을 내고 있다. 박 대통령은 “5차 핵실험을 하면 김정은 정권에 미래는 없다”고 단언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북한을 파괴할 수 있지만 참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그의 입에서 나온 가장 거칠고 강한 언사(言辭)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중국은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를 전면적이고 완전하게 이행할 것”이라며 “한반도에 전쟁과 혼란이 일어나는 것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정은은 핵실험 단추를 누르기에 앞서 한·미·중 지도자들의 이런 경고를 다시 한번 되새겨야 한다. 5차 핵실험은 북한에 돌아올 수 없는 다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북한 체제의 숨통을 조여오고 있는 제재의 칼날이 어느 순간 자신을 향할 수 있다는 점을 김정은은 잊지 말아야 한다. 무조건 강하게 나가는 게 능사가 아니다.

 국제사회도 북핵 무기력증에서 벗어나야 한다. 아무리 경고해도 어차피 핵실험을 할 것이라는 절망적 심정에 빠져 대화의 기회마저 스스로 포기해서는 안 된다. 중국이 제시한 비핵화와 평화협정의 병행 협상 구상을 지렛대 삼아 북한을 대화의 테이블로 끌어내야 한다. 지금이 어쩌면 그것을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