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본체 못들은체..."는 소외감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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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예절을 모르는 요즘 젊은이」를 괘씸하다며 한탄만 하면 되는 것일까. 노인 스스로 예절바른 생활의 모범을 보이면서 젊은이들이 예의에 벗어난 행동을 할 때마다 「노인의 잔소리」아닌 「웃어른의 충고」로 받아들이게끔 이끌어야 한다는 것이 새삼 강조되고 있다.
예절이란 무조건 골치 아프고 고리타분한 것으로 여기는 젊은 세대와 어린이들을 이대로 방치한다면 「동방예의지국」의 미덕을 영영 잃게 되리라는 것.
지난 10일 대한노인회주최로 노인복지회관강당에서 열린「노인이 알아두어야 할 생활예절」강연에서 한국전례연구원 김득중원장은 『말해봤자 듣기 싫은 잔소리밖에 안될 테니 차라리 못본체, 못들은 체하겠다는 태도는 책임회피일뿐더러 노인 스스로를 더욱 소외시키는 일』 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요즘 젊은이들이 친척간의 왕래와 접촉을 점점 꺼리는 세태가 걱정스럽다면『나 세배 받으러 왔다』며 일가친척들을 방문함으로써 미안한 마음을 느끼게 하는 식으로라도 때때로 웃어른을 찾아뵙도록 자극을 주어야 한다는 것.
또 여보·당신·아가씨·도련님·가친등 가족·친지간의 기본적 호칭들을 바로 쓰지 못할 때마다 바로잡아준다거나, 담배꽁초를 차안이나 길바닥에 버리는 젊은이가 있다면 『휴지 가진 것 있느냐』 고 넌지시 물어서 꽁초를 휴지에 싼뒤 본인에게 되돌려 주라고 말한다. 이때 「노인은 무조건 받들어 모시라」는 투로 꾸짖거나 요구하지 말고 「다함께 즐거움을 누리며 지내려면 마땅히 지켜야할 도리」 라는 점을 강조해야 거부감을 일으키지 않는다고
『예절을 모른다거나 버릇없다면 별로 신경안쓰는 젊은이들도 에티켓을 모른다거나 매너가 형편없다면 부끄러워하니 참 어이없는 일이지요. 결국 그게 다 같은 뜻이련만 예절이라면 대뜸 까다로운 관혼상제의 격식 같은걸 떠올려서 현대인은 무시해도 되는 걸로 여기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김원장은 양식 먹는 요령이 서투르면 부끄러워하면서도 따로 사는 노부모에게 문안전화조차 자주 안 거는 것쯤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식의 빗나간 「예절관」 을 노인들이 바로잡아 주어야 한다고 덧붙인다. <김경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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