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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전기차, 2년 뒤 테슬라와 동급 내놓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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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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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경기도 화성시 현대자동차그룹 남양연구소. 현대자동차그룹의 연구개발 심장부인 이 연구소 내 환경기술센터에선 오는 6월 출시 예정인 현대차 아이오닉 전기차(EV)의 마무리 점검이 한창이다. 이날은 영하 40도~영상 60도의 다양한 조건 아래에서 모의주행실험이 이뤄졌다.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가 다양한 기후에서 정상 작동하는지를 살펴보기 위해서다. 현대·기아차는 업계 최고 수준인 10년/20만㎞의 배터리 수명을 보장한다. 모의 주행에 이어 연구소 주행로에서 실제 주행실험이 이뤄졌다. 이 실험엔 기자도 동승했다.

베일 벗은 3단계 로드맵
1회 충전으로 320㎞ 주행
최종 목표는 ‘제네시스 EV’
수소차도 개발 ‘두바퀴 작전’

아이오닉 전기차의 최고 시속은 170㎞가량. 모터로 주행하는 만큼 변속 없이 ‘1단 직결’ 상태로 ‘시속 0~170㎞’까지 가속이 가능했다. 일반 휘발유·디젤 차량보다 조용한 것도 전기차의 장점. 엔진 소리가 없으니 주행 중 바람소리(풍절음)나 노면 마찰음 등이 크게 들리는 게 전부였다.

이런 성능의 아이오닉 EV는 본지가 단독 입수한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3단계 중장기 로드맵’ 중 1단계에 해당한다. 1회 충전으로 달릴 수 있는 거리는 190㎞ 가량.

2단계는 2018년 상반기까지 미국 테슬라모터스의 ‘모델3’와 유사한 ‘1회 충전 200마일(약 320㎞) 주행 가능 차’를 내놓는다는 것이다. 출시 시기가 ‘모델3’와 비슷해 테슬라와의 정면 대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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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관계자는 “300㎞ 이상 장거리 주행 전기차의 핵심은 배터리”라며 “현재 세단형 차로는 배터리 적재에 충분한 공간을 확보하기 어려운 만큼 CUV(크로스오버유틸리티)나 SUV(스포츠유틸리티차) 모델을 기반으로 출시하는 걸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3단계는 전기차의 컨셉트와 기술력을 현대차그룹 내 럭셔리 브랜드인 제네시스 등에 적용하는 것이다. 이 경우 1회 충전 주행거리는 400㎞ 이상을 목표로 한다. 이쯤 되면 세계 최고의 ‘전비(전기차의 연비)’를 달성하는 것이다.

다만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개발을 총괄하는 이기상 환경기술센터장(전무)의 생각은 좀 다르다. 이 센터장은 “1회 충전으로 얼마나 갈 수 있느냐는 중요한 부분이긴 하지만 전부는 아니다”라며 “현존 전기차 중 1회 충전 주행거리가 가장 긴 차는 중국 BYD의 전기차(E6)로 300㎞ 이상 주행 가능하지만 누구도 우수한 전기차라고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전기차의 진짜 실력은 일반 차의 연비와 유사한 개념인 전기차 연비(전비)”라며 “아이오닉 EV는 자체 인증 기준으로는 세계 최고라 꼽히는 BMW의 i3(전비 32.8㎞/L)를 능가하는 수준의 전비를 기록 중”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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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비는 전기차가 1회 충전으로 달릴 수 있는 총거리를 휘발유나 디젤 등 L당 유종 사용 시 연비로 환산한 개념이다. 일부에서 지적하는 대로 현대·기아차의 전기차 관련 기술력이 떨어진다면 아이오닉 EV가 세계 최고 수준의 전비를 내는 건 불가능할 것이란 얘기다.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 사업 진출에 대해선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현대차그룹 측은 “지금도 대부분의 배터리 업체가 적자를 보고 있는데, 우리가 뛰어드는 게 맞는 건지는 회의적”이라며 “다만 차세대 배터리 기술인 리튬-에어 배터리나 전고체 배터리 관련 기술력은 꾸준히 쌓고 있다”고 밝혔다.

| 수소차는 도요타 등 후발주자에 설계·양산 앞서

현대·기아차는 이날 전기차는 물론 그간 그룹의 역량을 집중해 온 수소연료전지차 개발에도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른바 ‘전기·수소 병진’ 정책이다.

전기차가 당장은 대세처럼 떠오르고 있지만 그 위세만큼 실속은 크지 않다는 게 현대차그룹의 판단이다. 예를 들어 2020년엔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이 ‘연 1억대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 중 순수 전기차의 판매 대수는 1%(100만 대 전후)에 그칠 것이란 게 업계의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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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는 2011년부터 수소차를 도로에서 시험운행하며 각종 데이터를 보관·분석해 왔다. 이미 스택(발전기)과 운전 관련 각종 부품, 모터, 감속기 등을 모듈화해 엔진룸에 넣는 데 성공했다. 도요타를 비롯한 후발주자의 설계·양산 기술은 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게 일반의 평가다. 하지만 비싼 가격은 여전히 약점으로 꼽힌다. 투싼 수소연료전지차의 대당 판매 가격은 8000만원 대 중반을 넘나든다.

화성=이수기 기자 retal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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