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 동물우화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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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6호 4 면

디즈니 ‘주토피아’의 뒷심이 의외로 셉니다.?2월 17일 개봉 이래 두 달이 넘도록 예매 상위권에서 떨어질 줄 모르네요. 애니메이션이?주로 아이들 용이고 방학이 끝난 지도 한참됐는데 관객 400만을 훌쩍 넘기며 이런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은, 어른들이 보고 있다는 이야기겠습니다.


디즈니는 어린이용과 어른용 코드를 적절히?섞어 가족이 같이 보더라도 각자 다른 재미를 느끼도록 해오고 있는데, 이 작품에서는?그게 두드러지네요. 동물 세계 최초로 경찰이 된 암토끼와 사기꾼 숫여우가 마음을 합쳐?동물의 낙원에서 벌어진 실종사건을 추적하는 이 범죄스릴러물에 숨겨진 다양한 코드와?상징과 유머가 어른이라야 느낄 수 있는 재미를 주고 있는 것이죠.


제가 보는 인기의 주원인은 ‘모순된 설정’ 입니다. 초식동물과 맹수가 평화롭게 공존하는?사회. 어른들이라면 벌써 “육식동물은 뭘 먹고 사냐”고 지적할 테지만, 그렇기에 여기서부터 이야기가 생기고 충돌하며 진전되지요.?게다가 대놓고 보여주는 차별과 편견, 돌직구?화법(“현실은 뮤지컬처럼 노래 몇 번 부른다고 이뤄지지 않아”), 세상을 견뎌내는 법에 대한 고백( “남들이 날 교활한 여우로 본다면 교활한 여우처럼 행동하기로 난 마음먹었어”)?같은,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지 않지만 언젠가는 알게될 이야기에 모두 공감하는 게 아닐까요. 그래도 “누구나 뭐든지 될 수 있”으니?“트라이 에브리씽”하자는 노래에 애써 희망을 실어봅니다.


정형모 문화에디터 h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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