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11일 조훈현-이창호 왕위전 결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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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9단과 조훈현9단이 대결하는 제37기 왕위전 도전기가 11일 한국기원에서 시작된다. 이들 사제가 결승무대에서 만나는 것은 이번이 무려 67번째.전적은 이창호가 47승19패로 앞서 있다. 스승과 제자 간에 이처럼 죽도록(?) 싸운 일은 이들이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이다.

사제이자 숙적으로 서로 싸우고 서로 배우며 한국 바둑을 세계 정상으로 끌어올린 조훈현-이창호의 특별한 인연 속엔 한국 바둑의 현대사가 그대로 녹아 있다.

조훈현9단이 아홉살 천재소년 이창호를 처음 제자로 받아들인 것은 1984년이다. 당시 31살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던 조9단은 "호랑이 새끼를 받아들인 것 아니냐"는 동료들의 농담에 "아무리 빨라도 10년은 걸리겠지"하며 여유있게 웃었다.

그러나 이창호는 예상을 뒤엎고 불과 5년 만에 최대 강적으로 부상하며 조9단의 아성에 도전해왔다. 89년 최고위전에서 첫 사제도전기가 열렸고 이듬해인 90년 이창호는 스승에게서 처음으로 타이틀을 빼앗아갔다.

91년엔 최대 기전인 왕위전에서 격돌해 도전자 이창호가 4대 3으로 극적인 승리를 거뒀고 이로써 일인자의 자리도 이창호 쪽으로 넘어갔다. 조9단은 제자에게 모든 타이틀을 내주며 점차 무관으로 전락해갔다. 모두들 조훈현의 시대는 끝났다고 했다.

그러나 국내에서 이창호에게 참패한 조9단은 세계대회서 계속 우승하는 놀라운 저력을 보였고 이로써 조훈현-이창호의 사제대결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국내 기전은 요즘도 이창호9단이 발군이니까 주로 스승인 조9단 쪽에서 도전한다. 왕위전만 해도 이9단은 96년부터 7연패를 이룩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 조9단은 8연패를 당해온 이세돌을 꺾고 도전권을 따내는데 성공했다.

대국수로 따진다면 이창호9단과 조훈현9단은 지금까지 무려 2백83번을 싸워 이창호9단이 1백72승1백11패로 앞서있다.

중앙일보사가 주최하고 삼성생명이 후원하는 왕위전은 올해 37년째. 그동안 13번 우승해 최다우승자 기록을 갖고있는 조훈현9단이 다시한번 우승기록을 추가할 수 있을까. 아니면 방어에 나선 이창호9단이 8연패에 성공할 것인가. 5번기로 펼쳐지는 도전기는 11일 첫판을 두고 매주 한판씩 이어진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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