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융 "싱긋" 최동원 "엉엉"|삼성, 롯데와 13회 혈투 대역전극…단독선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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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믿기 어려운 대역전극이었다. 9회초까지 7-2로 뒤지던 삼성라이온즈가 9회말 1사후에 무려 5점을 뽑아 7-7 동점을 만들어 기사회생, 연장 13회말에 적실로 결승점을 뽑아 롯데자이언츠에 8-7로 극적인 승리를 거두고 단독선두에 나섰다. 올시즌 가장 긴 4시간31분이나 소요된 이 혈투의 연장전끝에 삼성이 역전극을 연출, 대구 홈구장은 열광의 도가니로 변했다.
이날 라이벌전은 김시진-양상문의 대결로 시작됐으나 다급해진 롯데는 최동원을 내세웠고 삼성도 10회부터 김일융을 등판시켜 두 에이스간의 연장대결이 주목을 끌었다. 결과는 김일융의 승리. 금년시즌들어 컨디션난조를 보이고 있는 최동원은 모두 13안타를 맞고 다운됐다. 지난해 코리언시리즈의 희비가 뒤바뀐 셈이다.
김일융은 이날의 승리로 4승1패로 다승부문 선두에 나섰고 최동원은 2패2세이브로 올시즌 들어 1승도 올리지 못했다.
7-2로 뒤지던 삼성은 9회말 1사후 7번 김성래와 8번 배대웅이 랑데부 홈런으로 추격을 시작, 집중 5안타와 적실로 5득점, 가까스로 7-7 동점을 이루었다. 연강전에 들어간 삼성은 11회말 1사만루에서 6번 김용국이 병살타로 땅을 쳤다.
그러나 13회말 선두 3번 장효조가 사구로 돌파구를 연후 4번 홍승규(홍승규)의 보내기번트로 2루를 밟아 승리곁으로 다가섰다. 재치있고 발이 빠른 장효조는 과감하게 3루스틸을 감행했으며 롯데 포수 김용운이 이를 저지하기 위해 던진 볼이 악송구가 되어 장효조가 홈인, 4시간31분간의 격전에 종지부를 찍었다.
지난해 우승-준우승팀의 대결이기도 했지만 경기내용에서도 근래 보기드문 명승부전이었다.
삼성은 이날 9회초까지 7-2로 뒤져 패색이 질어지자 대타를 기용했으며 동점이 된 뒤에는 하는수 없이 1루수이던 대타 이종두를 10회부터 포수로 기용하기도 했다.
삼성은 이날 18안타, 롯데는 13안타로 양팀 모두 31안타를 주고받는 난타전.
이로써 삼성은 8승4패로 올시즌 처음으로 단독선두에 나섰고 롯데·OB·해태가 7승5패로 공동 2위, 그리고 MBC는 6승6패로 5위로 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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