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암 엇갈린 잔치판과 회의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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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오늘같이 좋은 날. 자리 한바탕 벌여봅시다』
앞자리에 있던 학생이 분위기를 돋우러 흥겨운 소리를 매기자 스크럼을 짜고 서있던 5백여명의 학생들이 일제히 손을 맞잡은채 목청을 돋우고 흥겨운 춤을 추기시작했다. 최루가스에 목메였던 캠퍼스에 한마당의 놀이판이 벌어진 것이다.
4일 하오3시30분 총학생회가 폐지됐던 75년이후 10년만에 학생들이 직접 뽑은 총학생회장의취임식, 기념행사가 별어지고 있는 서울대 관악캠퍼스 본부건물앞 잔디밭.
예정에도 없던 흐드러진 즉흥잔치가 2O여분동안 어우러진후 학생들은 질서정연하게 중앙도서관앞 광장에 마련된 기념식장에 자리를 잡았고 총학생희장으론 뽑힌 김민석군(22·사회학과4년)과 총여학생회장 이진순양 (22·사회학과4년)등이 각각 검은 두루마기와 한복을 입고 식장에 들어서자 박수와 환호가 일었다.
『총학생회의 발전을 위해 신명을 바칠것을 선서합니다』 총학생회장의 취임선서가 엄숙하게 끝나자 도서관5층에서 오색종이가 뿌려지고 축제무드는 절정에 올랐다. 총학생회장이 선거기간중 치열한 경합을 벌이던 후보를 단상으로 불러내 악수를 나눈뒤 마이크를 넘겨주자 후보는 경쟁자의 당선을 축하하고 총학생의 발전을 위해 함께 노력할 것을 다짐. 비로소완전한 승리룰 얻은듯 분위기는 박수와 환호속에 다시 들떴다.
같은 시간 대학본부회의실에서는 정례학장회의에 참석한 총장과 학장들이 가라앉은 분위기속에서 총학생회문제를 논의하고 있었다.
『학생들이 총학생회를 구성했으니 앞으로 잘 지도해야 하겠읍니다. 그동안 문제가 되어왔던 총학생 회칙내용에 대한 문교부의 입장이 생각보다 강한것 같으니 앞으로 학생회칙을마련하는데 신경을 써야 할것같습니다』
이현재총장의 말에 학장들의 표정은 굳어졌다. 학생들이 경인지구 학생협의회를 구성 발대식을 캠퍼스에서 갖는다는 보고가 있자, 회의분위기는 더욱무거워졌다.
교수와 학생은 캠퍼스를 이끌어가는 두개의 수레바퀴.
총학생회장 취임식장의 들뜬분위기와 학장회의의 무거운 분위기를 보면서 두 수레바퀴의삐걱거리는 소리를 느끼는 것이 기자만의 생각일까.
한달동안 캠퍼스를 들뜨게 했던 총학생회장선거는 끝났다. 아직 총학생회칙은 완전하게 마련되지 않았으나 학교측은 선출된 총학생회장단을 학생대표로 인정하고 회칙제정의 마무리작업을 학생들과 대화를 통해 하겠다고 밝히고 학생들도 큰불만이 없는 것같아 다행스럽다.
캠퍼스에도 몇년만에 정녕 진정한 「봄」이 찾아 올것인가 기대를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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