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1분기에 영업이익 5000억원대의 ‘깜짝 실적’을 거뒀다. LG전자는 11일 1분기 실적 잠정치 발표에서 매출 13조 3621억원, 영업이익 5052억원을 거뒀다고 밝혔다. 매출은 다소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전분기보다 44.8%, 전년 같은 기간보다 65.5%나 늘었다. LG전자의 영업이익이 5000억원을 넘어선 건 2014년 2분기 이후 7분기 만에 처음이다.
LG전자의 1분기 실적엔 인기를 끌고 있는 전략 스마트폰 G5의 판매량이 포함되지 않았다. G5는 지난달 31일에 출시돼 1분기 실적에서는 빠졌다.
7분기 만에 5000억 다시 돌파
고급화·부품값 하락에 수익 개선
G5 실적 반영 2분기엔 더 늘듯
깜짝 실적은 ‘고사양’, ‘부품값’, ‘환율’이라는 3개 키워드로 설명된다. 우선 생활가전을 담당하는 H&A부문과 TV 사업을 맡은 HE 부문에서 고사양 제품의 판매 비중이 크게 늘었다. LG전자 관계자는 “대당 270만~280만원인 프리미엄 세탁기 ‘트윈워시’의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 하루 최대 700대 계약이 이뤄질 정도로 인기를 끌었고, 대당 800만~900만원으로 고가인 올레드TV의 판매량도 꾸준히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가 가전이 잘 팔리는데 여기에 들어가는 부품의 가격은 떨어지면서 수익성이 개선됐다. TV사업을 관장하는 HE부문의 경우 핵심부품인 LCD(액정표시장치) 패널 가격에 수익성이 크게 좌우된다.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40인치 풀HD 패널은 현재 95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지난해 7월만 해도 135달러에 팔렸었다. 권성률 동부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1분기 62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던 HE부문이 이번 1분기에는 7% 넘는 영업 이익률을 기록했을 것”으로 분석했다. 시장에서는 HE부문에서만 올 1분기에 2000억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올렸을 것으로 추정한다. 원화 약세도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말 1172.5원이던 원달러 환율은 2월 말에 1241원까지 치솟았다. 1분기 석달 중 두 달 가량을 원화 약세 덕을 봤다.
LG전자의 이번 실적은 증권가의 당초 전망을 크게 웃돈다. 금융정보업체 와이즈에프엔이 집계한 시장의 실적 추정치 평균(4월8일 기준)은 매출 14조60억원, 영업이익 4194억원이었다. 5000억원대를 예상하는 증권사는 한 곳도 없었다.
실적 상승은 2분기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전략 스마트폰 G5의 ‘성적표’가 반영되기 때문이다. G5는 국내 출시 첫날에만 1만5000대 이상 팔렸다. LG전자가 2014년 2분기에 6000억원을 넘는 영업이익을 낸 데는 ‘G3’의 인기가 바탕이 됐다. 시장에서는 G5의 판매량이 G3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신한금융투자 소현철 연구원은 “LG전자 전체 스마트폰 판매량의 50%를 차지하는 미국 시장에서도 판매 전망이 긍정적”이라며 “누적 판매량이 1200만 대를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전 사업 전망도 괜찮다. LG전자는 초프리미엄 통합 가전 브랜드 ‘LG 시그니처’를 최근 한국에 출시했다. 시그니처는 미국 등에도 곧 출시될 예정이다. 자동차 부품, 에너지 등 B2B사업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특히 지난해 말 GM의 차세대 전기차 ‘볼트(Bolt)’에 핵심 전기차 부품 11종을 공급하는 전략적 파트너로 선정되는 등 자동차 부품 사업에서도 성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송은정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G5 효과로 MC(휴대폰)부문이 흑자전환하고, 여름철 가전 성수기에 하반기 전기차 부품 공급·태양광 모듈 실적 증가가 더해지면 2009년의 2조6000억원을 넘어서는 사상 최대 실적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LG전자가 실적 잠정치를 발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는 LG전자의 발표를 업황 개선에 대한 자신감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한다. 최근 조준호 LG전자 MC사업본부장은 자사 주를 주당 5만855원의 가격으로 1억 5400만원어치 매입하기도 했다.
박태희 기자 adonis55@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