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뢰정승무원 통역맡은 화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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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부상자를 처음 만났을때 곡진파가 첫마디로 「중국영사을 불러달라」고 했습니다. 장유공까지 두사람 모두 재작년있었던 민항기사건을 갈 알고있었고 그때문에 두나라 사이에 정식국교가 있는 줄로 오해하고 있는 인상이었어요』
어뢰정 승무원중 부상자 곡진파와 장유공의 첫 통역을 맡았던 군산화교 한명산씨(46·군산화교소학교 교무주임)는 중공사병들이 국제관계에 너무 어두운데 대해 깜짝 놀랐다고 했다.
한씨가 병원으로 달려간것은 23일 곡·장이 병원으로 옮겨진 직후인 상오 8시30분쫌.
어깨와 팔에 총상을 입고 응급실 병상에 누운 두 중공병사는 몹시 불안해하면서 경계심을 감추지 않았다.
한씨가 미소서 띄고 다가가 『중국인이다. 여러분은 모두 안전하게 구조됐으니 안심하라. 소속부대와 성명이 뭐냐』고 묻자 곡이 『우리는 중국해군이다. 중국영사를 불러달라』 고 요청했다.
한씨가 『이곳에는 중국영사가 없고 「중화민국」영사만 있다』 고 대답하자 곡· 장은 깜짝 놀라는 표정으로 입을 다물었다.
한씨가 다시 외국인 거주증을 보여주자 거주증에 쓰여진 「중화민국 영사」 라는 글귀를 보고 더욱 당황하면서 불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고 한씨는 말했다.
한씨가 얘기를 돌려 곡에게 『중공민항기사건을 기억하느냐』 고 묻자 곡은 『잘 알고 있다』 고 대답했고 한씨가『그때도 승무원·탕승객·기체등 모두가 돌아갔다』 고 설명하자 두사람은 다소 표정을 풀고 안심하는 눈치였다는것.
이때 곡은 『나는 치료라도 받기위해 여기 와있지만 우리배에 남아있는 동료들은 기름과 식량이 떨어져 야단』이라고 동료들 걱정을 하기도 했다.
곡등은 한씨가 아리랑 담배1개씩을 건네주자 맛있게 피운뒤 피로한듯 눈을 지그시감았고 곧 병원관계자가 들어와 수술준비가 끝났다며 두사람을 옮겨가 대화는 5분만에 끝났다.
부상자 2명의 보호자로 데려온 고지명을 면담통역한 여건방씨(38·사진·군산화교협회부회장) 는 의료원장실에서 고를 만나 『소속이 어디냐』 『우리는 중공해군이다』고 대화를 시작하는 순간 관계기관이 고를데려갔다고했다.
여씨는 비록 체제는 달라도 동족을 만난다는 기대감이 컸으나 통역시간이 너무짧아 아쉬웠다고 말했다.

<모보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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