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 레터] 문재인과 표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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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이 지지를 거두면 미련없이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겠다. 대선에도 도전하지 않겠다.” 오늘 광주를 찾아간 문재인의 말입니다. 비장한 거취 표명입니다. 다만, 호남에서 몇 석을 잃어야 정계은퇴를 실행할지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반응은 분분합니다. 정면돌파하는 모습이 눈물 날 정도로 감격적이다, 급하니까 또 쇼 한다, 나중에 다른 말 않게 미리 기준을 못 박아라, 정치인이 한번 말했으면 알아들어야지 뭘 째째하게 숫자를 대라 하냐…. 총선 닷새 전에 나온 문재인의 발언, 호남뿐 아니라 전국의 표심엔 어떤 영향을 줄까요.

여론조사가 춤을 춥니다. 할 때마다 숫자가 달라지는 지역이 적잖습니다. 후보 당사자는 물론이고 유권자들도 헷갈립니다. 이게 과연 진짜 표심의 동향인지, 샘플링의 오류 탓인지 말입니다. 하기야 출구조사도 잘 맞지 않는 게 요즘 선거입니다. 응답률이 저조한 여론조사의 신뢰도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그런 조사 결과가 사표(死票) 방지 심리와 맞물려 표심에 실제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점입니다.

미국에선 서민의 대변자를 자처하는 클린턴과 샌더스가 서민의 발인 지하철에 익숙찮아 진땀을 빼더군요. 뉴욕에서 클린턴은 개찰구 통과하는 데 애를 먹었고, 샌더스는 아직도 토큰을 쓰는 줄 알았다 합니다. 미국의 진보적 리더라는 분들도 서민과는 어쩔 수 없는 거리감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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