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휴개소도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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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이 얘기는 실화다. 지난3일, 일요일 오전 11시쯤 서울∼원주사이 중앙고속도로변 가남휴게소에서 있었던 일이다.
번지르르한 관광버스 3대가 멎더니 1백명쯤 되어 보이는 미국인을풀어 놓았다. 이들은 화장실쪽으로 우르르 밀려가 남여별로 나뉘어 줄을 섰다.
바로 이때 벌어진 일이다. 물 한방울 나오지 않는 수세식 화장실의 지저분함은 두말할것 없고, 그악취와 부끄러운 광경이라니 실로얼굴이 화끈거려 차마 그 옆에 서있을수가 없었다.
남자쪽은 그렇다치고, 여자쪽에서 벌어졌을 일은 상상조차 하기 거북하다.
이것은 어쩌다 벌어진 일이었을까. 제발 그랬으면 하는 심정이었지만, 필경 대부분의 실정과 과히 큰 차이가 없을것 같다.
이것이 뒤에서 본 한국의 청계도이고, 공중시설이 아닐까. 이러고도 무슨 국제대화며 「관광한국」의 면모를 과시한단 말인가.
우리는 기회있을 때마다 여러차례 대중접객업소의 위생과 공중변소의 청결문제가 우선적으로 해결돼야할 급선무임을 강조해 왔다. 공중변소의 태부족은 물론 그나마 있는 것도 앞의 예에서 처럼 물이 제대로 안나오거나 고장난채로 방치돼있다. 눈가리고 아옹하는 청결이다.
먹는 것과 배설하는 것은 인체의 가장 기본적 생리이다. 따라서 화장실은 이러한 기본 생리작용에 소용되는 기초적 시설이며, 사람에게는 가장 중요한 생활공간중의 하나다.
그것을 그대로 방참한 채 외국관광명을 유치한들, 국제행사를 개최한들 그들이 갖는 한국에 대한인상은 결코 좋을 수가 없다. 아무리 고층빌딩이 즐비하고 고속도로가 시원해도 그뒤에 있는 화장실하나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코를 막고 얼굴을 돌릴 지경이라면 「미개국」이 따로 없다.
정부는 올해안에 서울에서 열리기로 돼있는 몇가지 국제회의와 내년의 아시안게임등 대규모 행사에 대비해서 대대적인 청결운동을 전개키로 했다한다.
이 운동의 내용을 보면 요식업소의 주방을 손임들이 들여다 볼수있도록 개방하고 식당종업원들이 깨끗한 위생복을 입도록 하는등 대중접객업소의 위생문제에 중점을 두고 있다. 또한 이를 단속이나 권장차원에서만 추진하는 것이 아니고 종사원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여 그들이 스스로 청결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자발적으로 몸을 깨끗이 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라 한다.
어두컴컴하고 습기찬 주방에서 나오는 음식을 조리환경이나 그 과정을 『알고는 못먹는다』는 말이 나올정도로 우리 대중음식점의 주방이 대부분 비위생적이고, 부결하다. 또 여기서 일하는 종업원들의 몸과 복장에서 땟국물이 흐르는 실정을 더이상 방치해서는 안될 것이다. 그리고 이와함께 대도시의 공중변소와 접객업소, 고속도로변, 휴게소의 공중변소에 대한 일제점검과 대대적인 개선이 있어야 하겠다. 이러한 작업은 담당 관리자의 견해만으로도 해결될수 있는 곳도 있을 것이나, 많은 돈이 드는 경우도없지 않을 것이다. 그런 경우는 정부에서 돈을 빌려줘서라도 기필코 이룩해야 할 급선무다.
정부가 추진하는 청결운동이 범국민적인 호응을 불러 일으켜 접객업소와 공중변소의 위생과 청결에 대한 국민의 인식과 현실에 일대 개혁이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그리고 이것을 더욱 실효성있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관련법시중 법칙조항의 신설이나 강화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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