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만료되는 약 편법 연장 말라'…삼성, 다국적 제약사 상대 첫 소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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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다국적 제약회사 애브비를 상대로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제 ‘휴미라’의 특허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작년 매출 16조원 관절염 약 휴미라
복제약 시험 막바지 유럽 출시 앞둬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는 4일 “류마티스 관절염과 건선 등을 치료하는 휴미라의 적응증이 새로운 물질이나 기술이 아니라는 것을 법적으로 확인받기 위한 소송”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이 다국적 제약사를 상대로 특허무효 소송을 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 휴미라의 물질 특허는 유럽에서 2018년에 만료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애브비는 후발업체들이 약효가 같으면서 가격이 싼 ‘바이오시밀러(복제약)’를 시장에 내놓는 것을 막기 위해 같은 물질에 대해 건선 등의 적응증 특허를 추가했다. 그러면서 특효 종료 시점을 2022년으로 연장했다.

휴미라는 얀센의 레미케이드, 암젠(판매사 화이자)의 엔브렐과 함께 세계 3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다. 지난해에만 약 16조원 어치가 팔린 글로벌 매출 1위 의약품이다. 애브비는 휴미라 한 제품으로 전체 매출의 61%를 거둬들이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소송에 나선 건 휴미라 복제약 기술에서 가장 앞서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해 7월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SB5’의 임상 3상 시험을 끝냈다. 지난해 11월 미국류머티즘학회는 “SB5가 오리지널과 동등한 효과를 입증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는 “연내 유럽 시판허가를 목표로 출시를 준비해왔다”고 말했다.

대형 의약품의 특허만료 시점이 무더기로 다가오면서 바이오업계에서는 특허분쟁이 격화하고 있다. 화이자, 노바티스, 암젠 등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뛰어든 글로벌 개발사도 원조 의약품 개발사와 특허 소송을 벌이고 있다. ‘엔브렐’ 개발사인 미국 바이오 기업 암젠도 애브비를 상대로 휴미라의 특허 무효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특허 만료 후 바이오시밀러가 출시되면 가격이 50~70% 떨어지기 때문에 원조 개발사는 특허 연장 방법에 골몰하게 되고 특허 분쟁을 낳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대표는 “원조의약품 개발사들이 만료가 되는 항체의약품 특허 기간을 연장하는 방식으로 특허장벽을 쌓아 후발주자의 시장 진입을 저지하려 하고 있다”며 “공세적인 특허소송으로 돌파하겠다”고 말했다.

박태희 기자 adonis5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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