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시제 이대로는 안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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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대학 입시제도 이대로는 참을수 없다』고 마침내 가정주부들이 일어섰다. 자녀들의 교육을 전담하다시피한 주부의 입장에서 선시험후지원으로 비롯된 배짱·눈치·도박·흑색선전이 난무하는 입시전쟁에 이 이상은 더 휘말릴수 없다는 결의를 표명한 것이다.
대한주부클럽연합회(회장 김천주)는 회원들의 빗발치는 요구로 오는 21일 대학입시제도개선을 위한 심포지엄을 갖기로했다. 그에앞서 지난 9일에는 회원들이 교육전문가 백명희씨(이대교수·교육학)·김영철씨(교육개발원 교육발전 연구부장)를 초청해 심포지엄을위한 준비모임을 가졌다.
『이번 입시때 이 대학, 저대학으로 미친듯이 입시창구를 찾아다녔는데 지옥이 따로 없어요. 이렇게 하고도 아이를 대학에 보내야할지 정말 환멸을 느꼈고, 눈물도 수없이 흘렸읍니다.』맏아들이 4수에 들어갔다는 이춘옥씨(48·서울응암동)의 얘기.
『성적은 매년 2백90, 2백85점으로 좋은데도 해마다 눈치작전에 약해 낙방하는데는 눈물이 나더군요. 학교에선 실적때문에 맘대로 낮춰가게도 못해요. 3수끝에 올봄, 겨우 막내 아들을 적성과는 상관없는 과에 입학시켰다는 신화영씨(서울 봉천동).
요행히 입학을 하고도 끝없이 계속되는 아이들의 갈등, 「내신성적은 엄마성적」이라는 소문이 주는 불안감…, 자녀들의 대학입시를 둘러싼 어머니들의 문제는 뿌리가 깊고 심각하다.
『졸업정원제가 실시된후 대학에서는 면학분위기는 조성되었으나 그것은 배운 것을 기계적으로 외어 답안지에 옮겨놓는 행위일뿐』이라는것이 백명희교수의 얘기.
한편 김영철부장은 80년대에 들어와 대학의 자리는 4년제20만, 전문대등 2년제 10만, 총30만명인데 해마다 대입학력고사를 치르는 인원은 70만명에 이르러 매년 40만명정도가 탈락된다고 밝힌다.
근본적으로 그릇된 한국인의 교육관, 아파트분양 채권쓰기를 방불케하는 학생과 학부모의식등도 대입풍토를 악화시켜왔다는 진단이다.
주부클럽연합회는 21일 심포지엄 결과를 대통령직속으로 신설되어 4월1일 업무를 시작하는 교육개혁심의회(위원장서명원)에 보내, 시정토록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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