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사범의 처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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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선거가 끝나면 으례 제기되는 것이 선거사범 처리문제다. 12대총선기간중 당국에 적발된 선거사법은 5백25건 8백1명으로 현재 6백76명에 대한 조사가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을 위반한 이상 처벌을 받는것은 마땅한 일이지만 현행 선거법의 엄격한 적용은 정치적 고려를 떠난다해도 적잖은 문제점이 있다.
그렇지 않아도 지켜지기 어려운게 선거법이다. 선거운동이 과열되고 상승작용을 하다보면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는 입들이 일어나게 마련이며, 선거란 정치행위자체가 법적인묘속을 초월하려는 속성마저 지니고 있다.
게다가 현행 선거법은 누구도 지킬 수 없는 법이란 평가가 내러진 판국이다. 범법자가 안되려면 출마하지 않을 수 밖에 없다는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닐 정도로 국회의원 선거법의 조문들은 형해화하고 말았다.
누구도 지키려하지 않았고 지킬 수도 없었던 법을 어떻게 적용해야 국민을 납득시킬 수 있느냐에 검찰의 고민이 있는것 같다.
정치문제를 법적 차원에서 다루고 처리하는 일은 쉬운 업은 아니다. 국민의 법감정에 비추어 용납할 수 없는 현저한 사범만 선별해서 엄벌하고 선거기간중 널리 일반화된 중범이나 경미한 사안에 대해서는 가볍게 처리한다는게 검찰의 방침이라지만 처벌의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는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게다가 신거사법의 적발이 공정하게 이루어졌느냐에 대한 시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선거법 위반의 유형은 제쳐두고 민정당이 32명인데 비해 신민당은 2백34명, 민한당은 2백73명이란 점은 그런 의문의 근거가 되기도 한다.
물론 차후의 선거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게하기 위해서는 대표적인 케이스의 선거사범은 법대로 다스려야한다.
그러나 이번의 선거사범은 보다 대국적으로, 또 정치적인 시각에서 처리되어야 한다는것이 우리의 소견이다.
다 알다시피 2·12총선은 결과적으로 3차 해금자가 중심이된 신한민주당을 제1야당으로 탄생시켰다.
신민당이 제1야당으로 부복한 선거결과는 국민도, 정부도, 세계도 모두 놀라게 했다. 신민당 자신도 의외였을 것이다.
이번 선거의 과정에 대해 외국의 언론들마저 한국의 민주주의적 장래를 희망적으로 보고 한국민의 정치의식을 높이 평가했다는 것은 주목할만하다.
12대 총선은 선거운동 기간중의 일부 타락상에도 날구하고 마지막 투·개표 과정에서 아무 불상사없이 끝남으로써 어느정도 공명선거의 기틀이 마련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뿐더러 여야가 선거결과를 승복하고 있는 마당에 원칙만을 고집한 법 운용은 바람직하지 않다.
현행선거법대로라면 20만원 이상의 벌금형이 확정되면 상선 무효가 된다. 한두 군데「용납할 수 없는 현저한 사범」이라는 판정을 내려 법대로 처리할 경우 어떤 결과가 빚어질지는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총선결과 민의가 그대로 반영되었다고 여야가 납득하고있는 마당에 그것은 긁어부스럼이 될게 분명하다. 이제와서 그런 일을 문제삼는 것은 평지풍파를 부를 뿐 아니라 비생산적이다.
지금은 국가권력의 절제를 통해 사회에너지를 보다 생산적인 일에 쏟을 때다. 선거사범의 처리를 최소한의 범위에서 조속히 끝내는 것이 정국여정에도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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