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토스"로 위기의 현대 구해냈다|우승 엮어낸 마술사 김호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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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현대자동차서비스를 우승으로 이끈 수훈감은 세터 김호철(김호철). 김은 이날 금성과의 결승에서 상대 블로킹을 따돌리는 절묘한 배구(배구) 솜씨로 막강진용의 금성을 공략, 값진 우승을 이끌어 냈다.
『저로서는 국내 복귀한 후 누려보는 첫 영광인데 그 기쁨을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겠어요. 무엇보다 저를 믿고 따라와 준 동료·후배들에게 감사할 따름이지요』
현대의 2차대회 우승과 함께 최우수선수(MVP)로 뽑힌 김호철은『우선 몸값(?)을 한 것 같아 가슴 뿌듯하다』면서 연방 싱글벙글해 했다.
금성과의 한판승부는 김호철의 진가(진가)를 유감없이 보여준 근래 드문 명승부.
이 경기에서 김은 발군의 토스웍을 과시, 「컴퓨터 세터」라는 자신의 명예를 한층 빛내줬다.
특히 이세호(이세호) 이규석(이규석)과 콤비를 이룬 중앙돌파 솜씨는 가히 압권이라는 평을 들을만 했다.
김호철의 국내복귀는 지난해 7월. 이탈리아 산탈클럽팀에서 활약하다 현대측의 파격적인 스카우트교섭(계약금7천만원·월1백만원)을 받고 국내코트로 돌아왔었다.
첫 대회인 박계조배 대회(8월)에서는 제대로 손·발을 맞추지 못해 부진했고 이후는 국가대표로 잦은 국제대회에 출전하는 바람에 정작 현대선수로는 코트에 나서지 못했었다.
『사실 이번도 그랬어요. 지난달 8일 대통령배대회를 불과 4일 남짓 앞두고 유럽원정에서 돌아와 팀에 복귀했으니 소속팀 선수들과 손·발을 맞춰볼 시간이 있었겠어요. 1차대회에서 부진했던 것도 바로 이 때문이었지요.』
김호철은 1차대회 첫 경기인 대 인하대전에서 3-2로 역전패 당했던게 여간 마음에 걸리지 않은 듯 굳이 변명(?)을 늘어놓으면서도『그러나 두 번 다시 그 같은 수모를 겪지 않을것』이라며 다부진 결의를 보였다.
국내복귀 후 김은 LA올림픽·저팬컵대회·유럽원정 등 잇단 국제대회 출전으로 무리가 있었다. 지난달의 유럽원정에서 입은 팔목부상으로 아직까지 제 컨디션을 찾지 못하고 있었던게 사실.
이같은 무리에도 불구, 김은 1, 2차대회에 출전, 고삐풀린 말처럼 코트를 누벼왔고 끝내는 2차대회 우승이라는 값진 수확을 얻어냈다. 그래선지 김으로서는 우승감격이 더없이 값질 수 밖에 없었다.
『두고보십시오. 최후의 승자가 될 때까지는 절대로 달리는 말고삐를 늦추지 않을테니 말입니다.』
강만수(강만수·일본유학)가 빠진 공백을 메우기 위해 1인3역을 하다시피 하고 있는 김호철의 존재는 곧「가뭄뒤의 단비」격. 이 때문에 현대차서비스가 김호철에 거는 기대는 전에 없이 크다. 【대전=전종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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