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투자와 후보의「생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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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7일 낮12시 서울 답십리동 동대문구 새마을회관.
이 지역 K후보가 「당원교육」 이라며 잔치를 벌이고있었다.
묵1동에서 관광버스로 모셔져왔다는 유권자 5백여 명은 갈비탕에 소주를 곁들인 점심식사 중 후보의 이름이 새겨진 넥타이 선물도 받았다. 그 뒤 후보의 운동원은 「당원교육」 이 아닌 K후보지지호소「유세」 가 있었다.
같은 날 하오7시30분 서울 영등포동4가 한식집 K정.
역시 이 지역 출마자 L후보가 내는 저녁식사에 인근시장야채상 등 2백여 명이 모였다.
일부 늦게 온 사람들은 자리가 모자라 항의하는 모습도 보였다.
곳곳에서 지역재개발사업의 숙원을 「당선만 되면 해결해주겠다」 는 공약이 될 가능성이 더 큰 공약들도 남발되고 있다. 납득할 수 없는 건 축제한 해제나 버스노선신설 등 선심행정도 때맞춰 한몫을 거드는 상황이다.
과연 이래도 좋은 것인가. 「비누 한 장 못 받아본 사람은 팔불출」 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돌 지경의 경쟁적인 선심을 보며 많은 시민들은 착잡한 감회일 것 같다.
갈비탕 그릇이 하늘을 날고 탁상시계· 넥타이· 쌀표· 설탕· 빳빳한 현금봉투· 실현가능성 없는 지역민원해결공약… 해방 후 40년을 두고 경험해온「후진정치」 의 모습들을 「선진조국」 을 부르짖는 80년대까지 반복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시대착오만 갈다.
대화를 위한 식사정도는 선심의 범주에 넣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그러나 「당원용」 명목의 각종 기념품선물이나 더 나아가서 현금살포 같은 행위는 근본적으로 유권자모멸, 정치에 대한 모멸이다.
지역사업이나 행정선심은 심하게 말하면 주권자이자 납세자인 시민들을 우롱하는 논리다.
주민이 내는 세금으로 벌이는 각종 공공투자가 어떻게 후보의 생색거리가 될 수 있는가. 또 그렇게 돼서 될 것인가.
한 표의 환심을 사기 위해 풀릴 수 없는 건축제한이 풀리거나 10∼20년 지켜오던 행정방향을 바꾸는 따위는 국가기강을 흔드는 반역행위라고 해도 할말이 없을 것이다.
선심은 특권을 낳고, 특권은 부정을 낳고, 부정의 종말은 파멸이다.
「뿌린 대로 거두리라」는 정치의 세계에서는 진리다. 시민을, 국민을 얕잡아보는 선심공세는 그만두기를 바란다. 김일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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