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난등 어려움 견디며 15년|『전북문학』지령 100호 기록|최장수 동인지…신문학사상 처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전북문학」이 지령 100호를 기록했다. 전주문인들이 중심이 되어 내고 있는 동인지인 「전북문학」은 지난69년 창간되어 계간·격월간·월간으로 바뀌어 오면서 15년, 1백85개월만에 100호를 내게됐다. 동인지로서, 비상업문예지로서 100호를 기록한 것은 우리 신문학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원탁시」 「내륙문학」등 지방동인지들이 있으나 겨우 20호를 넘기고 있고 각 지방의 여러 동인지들도 창간된 지는 오래되었지만 여러 차례 중단되거나 없어져 버렸다.
지방문학동인지는 특수한 경우을 제외하고는 문학적 이념이나 주장에 의한 모임의 성격보다는 지방문학인의 작품발표 장으로서, 또 그들의 결속의 장으로서 존재한다.
「전북문학」은 69년 신석정 박병순 기노을 이기반 허소나 최승범씨 등 25명이 첫 권을 내었다. 시조시인 최승범씨가 외국의 소 잡지운동을 보고 와 전북지방문인들을 위한 잡지를 내자는 운동을 벌였다.
당시 전국규모의 문학지는 「현대문학」 「자유문학」밖에 없어 지방문인들은 중앙문학지의 청탁이나 와야 작품을 발표할 수 있을 정도로 발표영역이 협소했다.
처음에는 문인협회 전북지부의 기관지로 내다가 55호부터 동인성격으로 바꾸었다. 75년 5월부터 격월간, 77년1월부터 월간을 내었다.
창간멤버들은 모두 문단에 나온 시인·소설가·평론가들 이였으나 동인성격으로 바꾸면서 등단하지 않았더라도 지방에서 활동하는 문인들에게 문호를 열었다.
최씨는 『문호가 개방되자 일부에서 구성원의 성격이 복잡해진다는 비판이 있었으나 지방문학을 키워야한다는 입장을 많은 사람들이 지지하여 그대로 지켜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지방문학지의 난관중의 하나는 지방문인들의 중앙지향의식이다. 중앙문학지에 작품을 발표해야 한다는 강박감을 가지며. 그렇게 되지 않을 경우 위축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또 중앙문단에 진출하면 지방문학지와의 관계가 소원해지는 경우도 있다. 「전북문학」은 이러한 난관을 극복해내고 문인들간의 결속을 잘 이루어낸 케이스에 들어간다. 「전북문학」의 성공은 타지방의 동인지들에 좋은 자극을 주어왔다.
「전북문학」은 지방문학지로서 애향적인 측면을 강조해왔다. 「전북의 자연, 전북의 사찰」에 대한 글을 받아 특집을 만들기도 했다. 앞으로 향토의 미감·서정을 나타낼 수 있는 특집, 전북의 인물을 다루는 기획도 해볼 예정이다. 「전북문학」은 문예진흥원에서 1년에 50만원의 발간지원을 받고 있으나 재정적인 어려움이 크다. 매호를 낼 때마다 작품을 내는 사람이 5천원씩 부담한다.
재정문제로 월간으로 나오지만 1년에 10호정도 내고 1∼2개월 책을 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전북문학」은 100호에서 김준영 최승범 이광우 전정구씨등의 평론과 전규태 김상태 김태자 배상신씨의 콩트, 한재현씨 외 23명의 수필, 허소나씨등 29명의 시를 실었다. 또 1호부터 99호까지 작가별 수록작품의 색인을 담았다.
수필의 권오성, 시의 기노을, 평론의 김상태, 소설의 홍석영, 그리고 「마끼·히로시」(수필), 임환창(시), 나문(시)등 외국 문인 등 많은 문인들이 「전북문학」을 살찌워왔음을 이 색인이 보여주고 있다.
「전북문학」의 창간에 앞장섰고 지금도 매월 원고청탁·편집·인쇄 등의 일을 주도하고 있는 최승범씨(시조시인·전북대 국문과 교수)는 『지방문인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꾸준히, 열심히 계속하는 것이 지방문학과 문학지를 키워나가는 길』임을 강조했다. <임재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