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의 이미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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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2대 국회의원 총선은 28일의 후보등록 마감과 함께 본격화하고 있다. 31일부터 있을 지역구별 유세전을 앞두고 주요 정당들은 당직자순회·자금조달등 자당후보자들의 지원활동에 열을 올리고 있다.
선거전은 후보자의 개인적인 경력이나 인품보다도 정당의 정책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것이 마땅하다.
그런데도 아직 정망·정책을 둘러싼 이렇다할 논쟁은 없이 연줄찾기나 인신공격등으로 선거분위기만 과열되고 있다. 특히 야당의 전국구 인선이 완전히 매관매직의 인상을 주는 것은 눈살이 찌푸려진다.
정치를 하는데 꼭 필요한 자금 조달에 야당이 얼마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가는 다 아는 사실이다. 자금줄의 대부분이 편재돼 있다시피한 현실에서 전국구 의석이 필요한 자금조달 방법으로 쓰여진 사정을 이해할수는 있다.
지난 선거때도 그랬으니까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그렇지만 당내에서조차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이 당의 얼굴과 관계되는 전국구 상위권을 차지하는, 철저히 돈의 다새에 의해 결정되는 일을 정당화시킬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전국구제도의 운용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전국구 의석의 3분2를 무조건 제1당이 차지하는게 득표나 의석비율에 따라 배분한다는 제도의 정신에 맞는 것이냐는 점도 문제이고 여당의 경우 직능대표로서의 성격보다는 해바라기성향을 부추기는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없지 않은것이다.
무엇보다 아무리 현실적으로 어쩔수 없다고는 해도 야당이 헌금액수에 따라 전국구의 순번까지 정하는 「매관」풍토는 이 제도의 존속자체에까지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고있다.
돈만 많이 내면 정치적인 식견이야 어떻든 금배지를 달수 있다면 정치인의 이미지는 어찌될 것인가.
정치인의 값어치가 떨어지면 정치의 값도 떨어지고, 정치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면 그 피해는 결국 국민 모두가 입게 된다는 것을 알아야하다.
정치인의 이미지와 관련, 또 하나의 우려되는 일은 최근 공영방송이 송출하는 선거계몽프로에서 볼 수 있다.
TV매체란 그 현장적 설득력과 동시적인 확산성에 의해 시청자(국민)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그 엄청난 위력이 공정하게 행사되도록 하기 위해 공영화 정책을 택하지 않았던가. 그런 공영방송이 선거계몽 프로그램마저 어느 한편으로 치우치는 인상을 준다는 것은 선거의 공명성은 물론 공영방송의 신뢰에도 상처를 줄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하겠다.
특히 선거에 입후보한 사람들을 그토록 코미디에 의해 저질인간으로 묘사했을 때 이후 국민들, 특히 청소년들이 갖는 국회의원상이 어떻게 될 것인가를 한번쯤 생각했어야 했다. 국민들이 선량들을 왜곡되고 부정적인 시선으로만 보게 되면 선량이 받아야할 신뢰와 존경심은 찾아보기 어렵게 되고 말 것이다. 이것은 곧 정치 구체에 대한 불신과 허탈로 빗나가기 쉽다.
우리가 4년마다 선거를 치르는 것은 정치인들을 고무하고 용기를 북돋워줌으로써 더좋은 정치를 하라는 것이지 그늘을 매도하자는데 뜻이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정치인들을 희화화하는 것은 따지고 보면 자신의 얼굴에 침을 뱉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선거는 보다 훌륭한 정치인을 발견하고 만들어가는 과정이란 인식을 가져야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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