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 포기 선언한 마코 루비오의 패배 원인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기사 이미지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44·플로리다). [사진 중앙포토]

15일(현지시간) 경선 포기를 선언한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44·플로리다)이 루비오 개인의 매력에 의존하고 현장 유세를 경시한 선거 전략 때문에 패배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15일 ‘루비오의 공허한 선거운동 속으로’라는 제목의 기사로 루비오의 패배 원인을 심층 분석했다.

가장 큰 원인은 루비오 선거운동본부의 오만함이라고 이 매체는 지적했다. 젊고, 매력적이고, 히스패닉인 데다 바텐더 아버지와 호텔 종업원 어머니 사이에서 자라 상원에 오른 성공 신화까지 더해진 루비오는 일찌감치 공화당의 유력한 대선 후보로 떠올랐다. 2013년 2월 타임지가 루비오를 표지 전면에 내세우며 "공화당의 구세주"라고 불렀을 정도다.

너무 완벽한 것이 문제였다. 폴리티코는 "다른 후보 선거운동본부가 자금모금 운동을 벌이고 치밀한 분석을 바탕으로 유권자 공략 작전을 세우는 동안에도 루비오 캠프는 오로지 루비오 만 바라보고 있었다"며 "이런 그들의 자신감은 오만이었다"고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가 후보로 나서 언론과 대중의 관심을 독차지하고 있음에도 루비오 캠프는 수수방관했다.

유권자들의 집을 직접 찾아가거나 전화를 하는 등 유권자를 직접 대면하는 '지상전'을 경시한 것도 패배 원인으로 꼽혔다. 40대 전략가들로 구성된 루비오 캠프는 스타벅스에서 랩탑 컴퓨터로 업무를 처리하는 자신들의 젊고 세련된 감각을 자랑했다. 현장 유세를 낡은 방식이라고 보고 온라인과 TV 노출에만 집중했다.

그러나 유권자들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은 바로 전화와 방문 유세였다고 이 매체는 지적했다. 트럼프의 뒤를 바짝 쫓고 있는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텍사스)은 그 누구보다 지상전에 많은 공을 들인 후보다. 크루즈 캠프의 제프 로 선거대책본부장은 "다른 후보들이 지상전에 소홀한 모습을 보고 놀랐다"며 "지상전으로 확보할 수 있는 부동층을 전체의 4.5% 정도라고 보는데 이번 경선에선 우리가 그 4.5%를 거의 다 가져왔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루비오의 매력은 강했다. 지난 2월 첫 경선이 벌어진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23.09% 지지율로 3위를 기록하며 언론으로부터 "실질적인 승리자"란 평가를 받았다. 루비오 자신도 경선 직후 "위대한 아이오와가 우리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보냈다. 정권을 되찾기 위해 더 이상 기다리지 않겠다"며 마치 승리자인 듯 연설했다.
'
루비오 열풍은 채 일주일도 못돼 사그러 들었다. 지난달 9일 뉴햄프셔 프라이머리를 앞둔 공화당 토론회에서 루비오는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의 질문에 똑같은 말을 4번이나 반복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토론 전 여론조사에서 2위를 달리던 그는 이 실수 때문에 결국 뉴햄프셔 프라이머리를 5위로 마쳤다. 루비오 개인의 매력에 지나치게 치중한 전략의 한계였다. "루비오가 실수했을 때 수습해줄 조직이 전무했다"고 한 경쟁 캠프의 고문은 말했다.

이후 루비오는 트럼프와 인신공격을 주고받는 진흙탕 싸움까지 마다 않으며 지지율을 회복하려 했지만, 오히려 지지자들로부터 미성숙하고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인상을 주며 재기에 실패했다. 15일 지역구인 플로리다에서조차 트럼프에게 참패를 당하자 결국 경선 포기를 선언했다.

이기준 기자 foridealist@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