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면세점 추가 검토…‘특허 3차 대전’ 터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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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면세점 사업자를 추가로 허용해주고 업체의 수수료 부담은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에 이어 서울 시내에 추가로 면세점 특허를 내주는 방안도 테이블 위에 올랐다. 신규 면세점이 추가되면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차지하기 위해 지난해 대형 유통업체들이 벌였던 불꽃 튀는 경쟁이 재연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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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 기간은 현행 5년에서 10년으로 늘리는 방안이, 수수료는 현행보다 5~10배로 올리거나 매출액에 따라 차등 부과해 최대 20배까지 높이는 방안이 제시됐다. 이 같은 방안은 정부의 의뢰로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작성한 ‘관광산업 발전을 위한 면세점 제도 개선’ 보고서에 담겼다. 보고서는 16일 열리는 공청회에서 공개된다.

정부 의뢰 KIEP 보고서 공개
신고·등록제로 변경안도 포함
수수료 최대 20배 인상안 제시

현재 특허 기간 연장과 수수료 인상에 대해선 면세점 업계나 정치권·정부의 입장이 크게 다르진 않다. 쟁점은 ‘추가 특허’다. 시장진입 문제와 관련해 보고서는 “특혜 논란을 해소하고 시장의 자율적 경쟁을 통해 면세 산업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시장진입 장벽을 완화해 신규 진입 기회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측면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동시에 “면세점 난립으로 경쟁이 과열되고, 브랜드와의 협상력이 약화돼 면세 산업의 전체적인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제도 개선 방안도 세 가지로 제시했다. 일단 ▶현행 체제를 유지하되 면세점 시장 변화에 따라 추가 특허발급 여부를 결정(1안)하거나 ▶현행 요건에 따라 신규 특허를 발급하는 방안(2안) ▶아예 특허제도를 없애고 신고·등록제로 변경하는 방안(3안)이다. 신규 특허 발급과 관련해 보고서는 “서울의 경우 외국인 관광객 수 증가와 매출액 급증 추세를 감안할 때 신규 특허 부여가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아직 방향이 결정된 것은 아니고 공청회 결과 등을 참고해 구체적 방안을 논의해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가 추가 면세점 허용을 검토하는 것만으로도 시장에선 이미 ‘면세점 특허 3차 대전’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7월 ‘1차 대전’ 때는 서울 시내에 15년 만에 새로 생기는 신규 면세점 세 곳을 두고 새로운 사업자들끼리 격돌했다. 4개월 뒤의 ‘2차 대전’ 때는 기존 사업권을 지키려는 롯데면세점(월드타워점)·SK네트웍스(워커힐면세점)와 이를 차지하려는 도전자들이 치열한 승부를 벌였다. ‘3차 대전’에선 지난해 ‘승리자’와 ‘패자’들이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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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새로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권을 획득한 신라아이파크면세점 등 5개 업체는 신규 면세점을 추가로 허용하는 정부 방침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14일 서울 중구 전국은행연합회에서 긴급 회의를 열고 “면세점을 또 열게 해준다면 (경쟁이 심화돼) 공멸한다”며 “새 사업자들이 투자한 돈이 1조700억원, 고용인력이 1만4200명이고 중소기업도 대거 입점해 있는데 자생력을 키울 때까지는 기다려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면세점 매출을 좌우하는 루이비통·샤넬 같은 고가 수입 브랜드를 유치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등 영업이 부진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사업권을 잃은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이나 SK 워커힐면세점 등이 신규 사업권을 가져갈 경우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하게 되는 셈이다.

반면 지난해 월드타워점 사업권을 잃은 롯데 등은 “신규 사업권을 받을 때는 진입 장벽을 낮춰야 된다더니 이제 와서 반대하는 것은 모순”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해 신규 사업자 선정에서 탈락한 현대백화점그룹도 15일 “추가 허용 반대는 자사 이기주의”라며 “아예 허가제 대신 신고제로 바꾸거나 현행 허가제를 완화해 면세점 간 경쟁을 통해서 업계 전체가 성장하도록 해야 한다”고 입장을 발표했다.

구희령·조현숙 기자 hea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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