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지 '꽈당' 논란 부담에도…장하나, LPGA 2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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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투어에서 2년째를 맞는 장하나(24·비씨카드)는 쾌활한 성격에다 거침없는 행동으로 가는 곳 마다 화제를 뿌린다. 올해 평균드라이브샷 거리는 266.8야드로 28위. 그러나 마음만 먹으면 270야드 이상을 가볍게 때려내는 장타자다. 그린 위에선 버디를 잡아낼 때 마다 주먹을 불끈 쥐는 어퍼컷 세리머니로도 유명하다. 지난달 코츠 챔피언십에서 우승할 때엔 퍼트를 칼처럼 휘두르는 행동을 한 뒤 '사무라이 스타일' 이라고 말했다가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장하나는 6일 싱가포르 센토사 골프장 세라퐁 코스에서 끝난 HSBC 위민스 챔피언십에서 합계 19언더파로 우승했다. 시즌 5번째 대회 만에 2승을 챙긴 그는 이날 상금 22만5000달러(약 2억7000만원)를 추가해 상금랭킹 1위(56만668달러·약 6억7600만원)를 달렸다.

이번 대회 기간 장하나는 또 하나의 구설에 올랐다. 당초 이번 대회에 출전하기로 돼 있었던 전인지(22·하이트)가 뜻하지 않은 사고를 당해 기권했는데 이 사고에 장하나의 아버지가 연관돼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대회 개막을 앞둔 지난 1일 전인지는 싱가포르 공항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오다 뒷사람이 놓친 짐가방에 부딪혀 넘어지는 사고를 당했다. 병원에서 정밀 진단을 받은 결과 꼬리뼈 부근 근육이 찢어졌다는 진단을 받은 전인지는 결국 대회 출전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본지 3월 4일자 보도) 그런데 이 짐가방의 주인공이 장하나의 아버지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다.

해프닝으로 끝날 수도 있었던 이 사건은 현장에 있었던 몇몇 선수가 소셜미디어에 관련 내용을 올리면서 삽시간에 퍼져나갔다. 사실 확인이 명확하게 되지 않은 상황에서 후속 보도가 나오면서 논란이 커졌다. 이 과정에서 양측의 입장은 완전히 갈렸다. 전인지 측은 “사고 이후 제대로 된 사과가 전혀 없었다”며 불쾌감을 표시했지만 장하나 측은 “사고 당시 '괜찮냐' 고 물었고, 사과도 했다”고 반박했다. 사고 당시 정황에 대해서도 전인지 측은 “짐가방에 부딪힌 뒤 넘어졌다”고 말하는 반면 장하나 측은 “넘어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결국 양측은 진실 규명을 위해 사고가 일어났던 에스컬레이터 부근에 달린 폐쇄회로(CCTV)를 확인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다.

팬들의 반응은 싸늘한 편이다. 3라운드가 끝난 전날 온라인 포털사이트에는 장하나를 응원하기보다는 비난하는 내용이 훨씬 많았다. 그러나 장하나는 부담감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1타 차 선두로 출발한 그는 시종일관 경기를 주도한 끝에 4타 차로 우승했다. 첫 홀부터 3m거리에서 버디를 잡고 나간 장하나는 전반 9홀에서만 3타를 줄였다. 11번 홀(파4)에서 이날 유일한 보기를 범한 뒤 12번 홀부터 14번 홀까지 3홀 연속 버디로 사실상 승부를 결정지었다. 3타 차 선두였던 18번 홀(파5)에서는 두 번째 샷을 홀 2m에 붙이면서 이글을 잡아냈다. 우승을 확정지은 뒤에는 팝스타 비욘세의 음악을 배경으로 그린 위에서 춤을 추는 세리머니까지 펼쳤다.

지난 해 우승은 하지 못하고 준우승만 네 차례 거뒀던 장하나는 올해 5개 대회에서 2승을 포함, 톱 10에 4차례나 들었다. 가장 좋지 않은 성적이 개막전인 퓨어실크 바하마 클래식에서 기록한 공동 11위다.

이번 대회 전까지 세계랭킹 10위로 박인비(2위)-김세영(5위)-전인지(6위)-양희영(7위)-유소연(8위)에 이어 한국 선수 중 여섯 번째에 머물렀던 장하나는 이번 대회 우승으로 세계 5위로 올라서게 됐다. 한국 선수 중 박인비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세계랭킹 15위 내 선수 중 4명에게만 주어지는 리우 올림픽 태극마크 경쟁도 더 치열해지게 됐다. 장하나는 “지난 겨울 정말 열심히 훈련했다. 마음이 편해졌고 자신감도 생겼다. 올림픽에 꼭 출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지연·김두용 기자 eas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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